[미디어 핫 토픽] ‘불국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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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  발행일 2018-12-07 제22면   |  수정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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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수능 국어시험문제. <인터넷캡처>

지난 5일, 수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뒤 ‘불국어’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포털뉴스 검색 상위에 올랐다. ‘불국어’는 매우 어려운 국어시험을 빗댄 말이다. 2019 수능은 ‘불수능’인 데다 불국어로 인해 역대급 고난도 출제의 해로 기록될 듯하다.

예상대로 불수능 주범으로 불린 국어는 만점자가 148명으로 0.03%에 불과했다.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치른 국어시험 중 가장 어려웠다는 게 수치로 증명됐다. 어려웠다고 했던 지난해 국어시험 표준점수보다 무려 16점이나 올라 변별력 평가 자체가 무색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를 하고 “과도하게 긴 지문과 사고 과정이 복잡한 문제는 내년에 지양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수험생의 한숨과 분통을 잠재울 순 없어 보인다. 국어에 경제문제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과학까지 집어넣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고3생은 물론 재수를 한 수험생들도 이구동성으로 ‘왜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국어 때문에 반수(대학에 적을 두고 수능시험을 다시 준비한 대학 1학년생)를 한 지인의 자녀는 ‘그놈의 국어’ 때문에 또 한번 죽을 쑤고 1교시를 마친 뒤 시험장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현 수능시험 체제상 국어시험을 못 봤을 경우 다른 과목으로는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국어가 네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형편이 안 돼 수능시험도 못 치른 아이도 있다”고 달랬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수년 전 수능시험을 재미삼아 한 번 본 적이 있다. 중·고 재학생일 때도 국어만큼은 자신이 있어 도전했지만 생소한 지문에다 난·오독으로 ‘왜 이런 문제를 출제해 아이들을 괴롭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한 신문사에서 10년, 20년, 30년차 기자로 하여금 이번 수능국어시험을 치르게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적어도 국어만큼은 ‘날고 기는’ 수준이라 자부했는데, 10년차 기자는 100점 만점에 70점대, 20·30년차 기자는 50점대가 나왔다. 셋 다 문제가 어려워 혀를 내두르면서 자신들이 풀었던 유형의 문제와 많이 다르다고 했다.

10년차 기자는 시험을 본 후 “아이들이 문제풀이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깊이 있는 독서가 부족하다. 문제풀이기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말을 했다. 30년차 기자는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잘 맞힌 아이들이 신문사에 입사해 기자가 돼도 짧은 글 하나 제대로 못 쓰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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