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하얀검정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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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3   |  발행일 2019-01-03 제30면   |  수정 20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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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평가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대한 여야의 태도가 극과 극입니다. 야당의 주장은 민간인 사찰이자 블랙리스트 작성이고 여권의 주장은 정반대입니다.

김태우 수사관은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7월에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배우자 이미란의 자살 관련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최근인 2018년 7월에는 ‘조선일보, BH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거래혐의 취재 중’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야당에서는 특검 반장에게까지 보고됐으면 공식문건이고 따라서 민간인 사찰의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여당은 공직자 감찰 속에 민간인 동향이 불순물 식으로 끼어들게 마련이라고 반박합니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놓고
여당의 주장은 참으로 궁색
前정부 과오를 잣대 삼다니…
완전 검정 고무신 아니니까
하얀 고무신이라 우기는 꼴


문재인정부 초기에 청와대 특감반이 주도해 300여 개의 정부 산하단체에서 퇴출시켜야 할 임직원의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명단에는 ‘박근혜 정부 대선 캠프에서 일한 사람’ ‘안종범 수석이 추천한 사람’ 등의 정치적인 메모가 있습니다. 야당은 특감반의 임무 범위를 넘어선 블랙리스트라고 비판합니다. 여권은 “정권이 바뀌면 정무직은 당연히 교체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특감반이 아니라 청와대 행정 요원 자격으로 참고용 명단을 수집했을 뿐이다”라고 변호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여권은 자신들의 행위를 전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나 블랙리스트 작성과는 질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권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법과 민심이 아니라 전 정부의 과오를 잣대로 삼는 것은 참으로 궁색합니다. 참고로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직제’ 제7조는 특별감찰반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대통령과 특수관계이거나 친인척인 자로 감찰 대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도록 감찰방법을 한정하고 있습니다. 여권의 주장은 ‘내 고무신이 완전한 검은색은 아니니까 하얀 고무신’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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