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낙동강보 대책은 흐르는 강물처럼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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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5   |  발행일 2019-03-05 제30면   |  수정 2019-03-05
강으로서의 기능·아름다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지만
졸속 건설만큼 졸속 해체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
폭넓고 더 세밀한 분석 필요
20190305
김기오 편집국 부국장

지난달 말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 세종보, 영산강 죽산보 해체를 제안했다. 보를 해체하는 것이 수질개선에 도움되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논란은 불가피했다. 당장 농민들이 농사 못 지을 판이라고 들고 일어났다. 일각에선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 부유물질(SS) 등이 개선되었음에도 무시하고 보 유지 편익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치인은 전 정권 지우기, 문명파괴 행위라며 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기획위는 낙동강 보 처리 방향은 올 연말까지 제시하기로 했다. 상주보·낙단보·구미보·강정고령보·달성보를 개방해 수위를 낮췄으며, 관정을 설치해 지하수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농민들은 보 해체를 위한 사전작업이라 의심한다. 낙동강 중상류지역 강변 시설재배 농민 상당수는 100m 깊이의 암반관정을 뚫어 농사를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를 개방해도 농사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보를 개방하자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취수가 어려워졌다는 일부 농민의 호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낙동강 대구경북 구간 6개 보 건설에는 5천100억원이 들었다. 취수장·양수장·친수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 바닥을 4~6m나 파낸 보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 취수에 타격을 받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먹는 물 취수장이 있는 강정고령보와 칠곡보는 용수 공급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갈수기엔 더 악화하리란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보의 부실공사와 수질악화에 대한 무대책은 4대강 보 완공 직후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지적됐다. 낙동강 푸른 물엔 녹조가 창궐했고, 물고기도 점차 사라졌다. 영남의 젖줄은 부패했다. 보개방·해체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번 정부의 보 대책은 강을 강답게, 강으로서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다시 살리자는 데 목적이 있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형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은 낙동강의 복원은 조급하게 할 일이 아니다. 하상의 회복 기간 등 자연적인 것뿐 아니라 인위적 시설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정부의 보 해체 기조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 해도 임기 내 성과에 집착해 추진해선 곤란하다. 정부 주도 위원회에 의해 일방적으로 흘러갈 일은 더더욱 아니다. 조급증 걸린 정부의 폐해는 이명박정부의 보 건설에서 이미 확인했잖은가.

2016년 캘리포니아주 클라마스 강 복원이 결정됐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댐 철거 프로젝트로, 1909년부터 1962년까지 건설한 아이언게이트 등 네 개 댐을 동시에 허무는 사업이다. 강 유역 전반에 걸친 수질 개선, 공동체 활성화 등 종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4개 댐 철거비용은 5천억원쯤(4억5천만달러)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철거는 2020년 시작된다. 댐의 노후를 철거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댐에 가로막혀 산란지로 이동하지 못하는 연어·무지개송어를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댐 소유 회사·관공서·주민·환경단체·농민 등 사회 전반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과 수십 년에 걸친 운동의 성과라는 점도 놀랍다.

낙동강은 금강이나 영산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준설이 이뤄졌고 강변 농지도 기존보다 많이 돋았다. 생태 복원, 수량 및 수질 복원, 지하수 복원 등을 사전에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면 취수장과 양수설비의 보완비용, 주변 농지의 지하수 취수 장애 해소 비용까지 천문학적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잘못 들어선 시설일망정 단기적으로 보면 낙동강 보의 홍수조절·가뭄해소 기능은 무시할 수 없다. 사회적 대립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의 낙동강을 복원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해 당사자와 시민의 폭넓은 대화와 합의가 절실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김기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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