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여행·문화…‘소비시장의 女風’갈수록 영역 확대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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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2 07:17  |  수정 2019-06-22 07:17  |  발행일 2019-06-22 제5면
[토요일&] 다양한 분야서 ‘쉬코노미 마케팅’
자동차·여행·문화…‘소비시장의 女風’갈수록 영역 확대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는 ‘걸스나잇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어,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보텔 제공>
자동차·여행·문화…‘소비시장의 女風’갈수록 영역 확대
여성 맞춤 글로벌 캠페인 ‘쉬즈 메르세데스’ 참가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자동차·여행·문화…‘소비시장의 女風’갈수록 영역 확대
대구백화점을 찾은 한 여성이 가전을 고르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소비시장에 ‘여풍(女風)’이 몰아치고 있다. ‘그녀(She)’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쉬코노미’는 소비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쉬코노미’라는 이 신조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미국이다. 2010년 타임은 ‘Woman Power: The Rise of the Sheconomy(여성의 힘: 쉬코노미가 떠오르다)’라는 기사에서 여성의 임금과 구매력 증대에 처음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미국 여성 소비자들이 전체 소비자 구매액의 85%에 달하는 구매결정권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고, 2017년 만 16세 이상 미국 여성 노동인구의 평균임금은 약 4만달러(4천656만원)로 집계됐다. 10년 전에 비해 8천달러(931만원)가량 인상된 수치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분야에서만 소비 파워가 강했던 예전과 달리, 점점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여성 개인의 소비뿐만 아니라 집, 자동차, 식품 등 가계를 위해 내리는 대부분의 중요 구매를 여성이 결정하는 경우가 일반화되면서 업계에선 여심을 사로잡아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나의 취미 생활을 위한 女소비 열풍

여성들의 소비를 떠올리면 보통 패션과 뷰티에만 치중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스포츠와 문화, 여행,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IT·가전 업계도 여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들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발표에 따르면 프로 축구·야구·배구·농구 관람객 평균 성비는 남성은 57.7%, 여성은 42.3%였다. 남자 배구의 경우 여성관람객 비율이 무려 58.5%에 달했다.


여성중심 소비 뜻하는 쉬코노미
패션 등 나 위한 소비뿐아니라
대부분 구매 결정에 중요 역할

여행·스포츠·IT·가전제품 등
여심 저격한 상품·마케팅 활발
호텔업계는 생일·파자마 파티
자동차·백화점도 맞춤식 공략


덕분에 지역 연고 구단인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구FC 관계자는 “최근 여성 관중이 많게는 40%까지 늘었다”라며 “팀스토어를 찾는 팬 중 여성팬이 차지하는 비중도 40% 이상이고, 자녀 제품의 구매 결정권도 여성이 80%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높은 여성팬들의 호응에 발 맞춰 머플러와 인기 캐릭터 ‘미니언즈’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을 출시했고, 앞으로도 ‘여심(女心) 저격’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도 “젊은 여성팬이 점점 늘고 있다”면서 “여성팬 대상 이벤트 데이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코노미 열풍에 여행·숙박업계도 빠질 수 없다. 한국여행업협회는 2017년 해외로 출국한 여성이 1천245만명으로 남성(1천238만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특히 20대 출국자 462만명 가운데 여성은 279만명으로 전체의 60%를 넘었다. 이처럼 여행을 즐기는 여성이 늘면서 지난해 하나투어는 ‘모녀 여행’ 테마 패키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역 여행업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여행 일정 계획권이나 경제권을 여성이 담당하는 경우도 늘어, 패키지 상품 안에서도 여성 취향을 반영한 옵션이 많아지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는 현재 ‘걸스나잇 패키지(Girls Night Package)’ 상품을 제공 중이다. 여성들이 브라이덜 샤워나 생일, 파자마 파티 등을 하며 특별한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객실과 데코레이션, 와인, 플레이트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다. 2016년에 ‘브라이덜 샤워 패키지’로 시작해 매년 구성품을 변동시키며 발전해왔다. 예약 고객은 80% 이상이 여성이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 이용도 비즈니스 부분을 제외하면 여성 고객의 이용률이 높다”며 “이에 여성 고객들이 좋아하는 디너 뷔페나 디저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스마트런치나 애프터눈티와 결합한 플라워레슨 클래스 등 여성을 공략한 상품을 꾸준히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가전에도 여심공략 마케팅

자동차 시장에서도 여성 파워는 거스를 수 없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 여성 차량으로 등록된 차는 503만7천100대로 집계됐다. 여성 오너 운전자가 5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최초다. 전국 자동차 4대 중 1대는 여성 운전자 소유다. 남성이 선호하는 차량으로 생각됐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남녀 운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차종은 모두 SUV였다. 쌍용자동차 소형SUV ‘티볼리’의 구매자 중 여성은 2015년 42%에서 2018년 70%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벤츠는 여성 리더들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쉬즈 메르세데스’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드라이빙에 흥미를 느끼는 여성 드라이버들을 위한 ‘AMG 포 레이디스(AMG for LADIES)’ 드라이빙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쌍용은 지난해 4월 직장인 여성들을 위해 ‘뷰티’와 ‘부티크’를 결합한 ‘뷰틱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바쁜 여성 고객들을 위해 오토매니저가 직접 마스크팩과 함께 방문 상담하는 서비스다.

생산 단계부터 여성 소비자를 고려해 만든 차도 있다. 기아 ‘모닝’은 운전석 선바이저에 조명과 함께 대형 화장거울을 만들었다. ‘레이’는 동승석 시트 아래에 하이힐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바구니를 탑재했다.

백화점도 소비주체가 된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VIP 고객의 90%가 여성인 만큼 백화점 매출액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원래 크기는 했지만, 최근 가구나 가전 등 가정용 제품에 있어서도 구매결정권을 여성이 갖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백화점에서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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