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절반이상 “전공분야 전문지식·직무경험 가점”

  • 유승진
  • |
  • 입력 2019-10-31   |  발행일 2019-10-31 제21면   |  수정 2019-10-31
하반기 채용시장 '직무 중심' 강화
인사담당자 절반이상 “전공분야 전문지식·직무경험 가점”
영남대에서 진행하는 국가공인 경제자격증 시험인 ‘테샛’ 강의 모습. <영남대 제공>


하반기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권 채용이 진행 중이다. 수시채용 확대와 AI면접 등 하반기 취업 시장 역시 변화된 트렌드를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직무 중심 채용 강화’다. 지난 몇 년간 채용시장의 큰 이슈이긴 했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에서는 구체적인 채용직무와 필요역량, 조건 등에 맞는 사람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대졸 신입공채의 경우 직무 세분화가 이뤄졌으며, 직무에 따른 역량을 중점적으로 보는 기업도 늘어났다. 잡코리아 권준영 컨설턴트는 “직무설정이 불확실한 경우 일관된 방향으로 취업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분명한 직무설정이 1순위”라고 말했다. 직무 중심 채용 강화로 대학가가 고민에 빠졌다. 자기소개서, 필기시험, 면접 등은 지원이 가능하지만, 직무 중심 채용의 경우 직무의 범위가 넓어 도움을 주기 힘들다. 지역의 한 대학 취업지원실 관계자는 “직무 경험을 미리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수요는 많지만, 수요에 맞게 다 따라가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대세가 된 직무 중심 채용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480명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 시 평가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2.3%가 전공 전문지식을 꼽았고, 36%가 전공분야 인턴십 경험을 중요시한다고 답했다. 전공 분야의 전문지식과 직무경험을 갖춘 지원자가 채용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주요 기업 채용 공고에서도 볼 수 있다. 롯데 그룹은 올 하반기 ‘스펙태클 전형’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학벌·스펙 중심의 서류 전형에서 벗어나 직무 수행 능력·역량을 평가해 실무형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제 심사와 조직적합도 진단, 면접전형 순으로 진행된다. 현대자동차도 수시채용 도입과 함께 직무 중심 채용 제도를 확대 운영한다. 산업 환경이 변하면서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재 채용 제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H-리쿠르터’제도를 올해는 확대 운영한다. H-리쿠르터는 현업의 직무 전문가들이 대학의 연구실이나 동아리 등을 찾아 각 직무 분야의 우수 인재를 발굴한 뒤 최종면접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직무 중심 강화에 따라 변하는 채용 시험

직무 중심 채용에 따라 채용 시험 역시 변하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인 시험에서 직무에 맞는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대표주자는 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인 NCS와 소프트웨어역량지수 평가인 TOPCIT이다.

NCS는 2015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활용됐으며,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시킨 것이다. 입사지원서부터 해당 직무와 관련된 영역을 적어야 하며, 필기 시험은 크게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수행능력으로 나눠져 있다. 소프트웨어역량지수 평가인 TOPCIT는 한국형 정보화 시험으로, 2011년 시험개발에 착수해 2014년 도입된 시험이다. TOPCIT는 정보통신산업 종사자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요구사항에 따른 과제를 해결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기본적인 핵심 지식, 스킬, 태도 등 종합적인 능력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관련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에는 KEB하나은행 역시 도입을 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역시 직무 중심 채용에 따라 변하고 있다. 지난 29일 ‘공무원임용시험령’ 등 5개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2022년부터 공무원 시험 과목이 변하게 생겼다. 현행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수학·사회·과학 등의 고교과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고교과목이 제외되고 전문과목이 필수화 됐다. 국가직 9급 일반행정 직렬의 경우 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이 필수화 되고, 국가직 9급 세무 직렬은 세법개론·회계학, 경찰직 순경은 헌법·형사법·경찰학, 소방직 소방사는 소방학개론·소방관계법규·행정법총론이 필수화 됐다.

◆직무 전문성 갖출 수 있는 활동은

직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학가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북대는 마케팅 전문가 과정과 인사업무 전문가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특히 지원을 많이 하는 분야에 맞춘 프로그램이다. 교육은 각 과정별 60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마케팅 과정의 경우 취업준비생이 마케팅 전문가가 되서 기획과 브랜딩 전략 등을 직접 해본다. 물론 외부 마케팅 전문가가 옆에서 도움을 준다. 인사업무전문가 과정 역시 인사분야 기본부터 실무까지를 체계적으로 교육을 한다. 실무에 필요한 법률 과정도 있다.

대구대의 경우 반도체기업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 출신 산학협력교수를 중심으로 장단기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무 특성 교육과 기업체 현황 소개, 견학 등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내가 가고 싶은 진로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게 한다. 김창훈 대구대 진로취업처장은 “ 해당 기업의 채용 시점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도 직무중심 교육을 진행한다. 영남대는 크게 직무 중심 교육과 실습으로 나눠 운영한다. 교육은 엑셀데이터 분석 실무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엑셀기초에서부터 데이터 분류와 분석 및 관리능력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 또, 수료시 한국커리어개발원에서 주관하는 엑셀데이터분석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어 직무 능력 향상과 스펙 추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장실습은 산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품질관리 과정과 인사총무 과정 등 2개로 운영한다. 학교가 기업 담당자를 직접 섭외해 대학에서 배우지 못하는 직무 중심 교육, 현장실습 연계 등을 한다.

임서규 영남대 취업지원처 진로교육팀장은 “채용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직무중심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일반 취업 상담과 달리 직무 중심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