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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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3   |  발행일 2019-11-23 제23면   |  수정 2020-09-08
[토요단상]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권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문재인 정권의 임기 반환점이 지났다. 한국 대통령제의 특징인 레임덕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조국 정국에서 지지율의 하락을 경험했지만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졌기 때문이다.

임기 초의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40% 정도다. 어느 정권이나 임기 초의 지지율과 견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타의 정권들과 견주어볼 때 낮은 지지율은 아니다. 그러나 40% 내외의 지지율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핵심 지지층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과의 대결구도는 더욱 격화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박근혜 정권 당시의 남북 긴장 구도를 한반도 평화구조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있다 하더라도 2017년 극도의 대치 상태에 있던 상황과 비교할 때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 방향은 평가할 만하다.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진영논리에 치우쳐 있는 비판이다. 적폐수사는 찬반 양론이 있으나 사회의 구조적 관행에 대한 청산이라는 긍정적 요소를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보수진영에서 정치보복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지만 잘못된 행동들을 먼저 반성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여야의 가파른 대치는 일상이 되었다. 어느 정권 때나 여야의 적대적 공생은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이지만 이번 정권은 어느 때보다 여야 대립과 대결의 정도가 심각하다. 또한 진보 정권이 내세운 불평등과 소득 격차 완화 등의 사회경제적 의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지향할 바이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규제개혁이나 탄력근로제나 데이터법 등의 민생 관련 정책도 여야 소통의 난맥으로 벽에 막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기회의 평등,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와 함께 하는 대통령, 국민·야당과 소통하는 대통령으로 함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지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들이 실천되지 않고 어느덧 문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의 지지에 편승하는 듯한 행태도 보였다. 지난 조국 정국에서 보여줬던 대통령의 모습은 진영에 갇힌 편협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고 난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고 레임덕 현상으로 국정동력이 떨어진다면 개혁은 물 건너가고 만다. 한국당은 선거 전은 물론 총선 이후에도 차기 대선을 의식하여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집권세력의 국정실패는 야당의 집권찬스가 그만큼 높아진 것을 의미하는 제로섬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한국정치 공간에서는 낯선 광경이 아니다.

한국당의 맹목에 가까운 비협조와 반대, 여전히 수구적 냉전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듯한 퇴행적 행태 등에도 불구하고 여야 대치의 책임은 국정주도세력인 여권에 있다. 경쟁을 통한 협력, 타협의 공화주의적 정치 관행을 통하여 경색된 국면을 풀고 야당이 국정에 협조할 수밖에 없게 하기 위한 국정운영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권 때 늘 지적되던 문제가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에 대한 주문이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조국 정국에서도 정당의 자율성은커녕 청와대에만 주파수를 맞추는 반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권당은 대통령을 공천하여 배출한 정당이다. 여당답게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청와대와 건강한 긴장과 견제를 유지해야 한다. 청와대도 이러한 기조를 인정하고 야당을 적이 아닌 경쟁자로 대한다면 차기 대선을 예측불가능한 상태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정국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승자독식의 관행을 집권세력 스스로 나서서 깨야 한다. 범진보진영과의 연대로 진보적 의제를 개혁동력으로 삼는 한편, 보수세력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각 인사와 국정 정보를 공유하는 정치로 정치작동 방식을 바꾼다면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과는 다른 임기 후반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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