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적쇄신도 명분이 있어야 票를 얻는다”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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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7   |  발행일 2019-12-07 제5면   |  수정 2019-12-07
여야 공천 성공 요건
선거 3대요소 이슈·구도·인물
민심에 부응한 공천해야 승리
“한국당은 자기반성부터 해야
정권심판론 공감얻을 수 있어”
20191207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심의 향배는 크게 엇갈린다. 내년 4·15총선때도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을 한 정당이 승리할 수 밖에 없다.

4년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공천(公薦)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본선에 출마할 당의 주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절차이지만 본선 못지않게 숨막히는 과정이다.

현역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이 끊어지는 막장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인물이 여의도로 입성하는 등용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천의 성공 여부는 본선에서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일찌감치 공천 과정에서 잡음과 불협화음으로 실패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안 그런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제딴은 성공적 공천이라면서 자부했지만, 분노를 속으로 삼킨 민심이 표로써 심판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을 들 수 있다. 한때 당내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의결정족수인 180석을 넘길 수 있다는 식으로 기세등등했지만, ‘진박(진짜친박근혜) 감별사’ 운운하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해 패배를 자초했다. 과반에도 한참 못미치는 122석 확보로 원내1당 자리마저 야당에 내줘야했다. 보수정권 몰락을 재촉했다.

성공적인 공천은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을 얼마나 감동시켜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결과를 보고나서 성공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전에 민심을 읽어내는 안목을 갖고 그에 부응하는 공천을 단행해야 한다.

흔히 선거의 3대 요소로 ‘이슈’ ‘구도’ ‘인물’ 등을 꼽는다. 공천도 이와 맞물려 당이 원하는 이슈에 적합하고, 원하는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여당의 성공적 공천 사례로 지목되는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공천을 보면, 신한국당은 YS(김영삼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모래시계 검사’로 떴던 홍준표와 민중당 출신의 운동권 인사였던 이재오, 김문수 등 정치 신인들을 수도권에 대거 공천해 국민 시선을 끌었다. 여기다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으로 갈라진 야권 분열로 어부지리까지 얻으면서 신한국당은 당초 예상보다 선전한 139석을 확보, 과반은 넘기지 못했지만 원내 1당 지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민주당계 지지가 강한 서울에서 전체 47석 중 27석을 차지해 집권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승리했다.

야당이 총선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정권심판론’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부적인 인적쇄신이 선행돼야 한다. 스스로 먼저 반성하고 심판해야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목소리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TK 맹주인 김윤환(허주) 의원과 PK 중진 신상우 의원을 전격 낙천시켜 선거 승리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전체 273석 중에서 133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 지위를 지켰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115석 확보에 그쳤다.

2016년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공천도 자기반성부터 시작됐다. 친노(親노무현) 좌장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5선 관록의 이미경 의원, 친문(親문재인) 전병헌·정청래·강기정 의원 등 핵심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돌아선 민심을 움직일 수 있었다. 선거 결과 새누리당(122석)보다 한석 더 많은 123석을 얻어 원내1당으로 도약했으며 1년 뒤 대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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