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세대교체하려면 읍참마속 불사해야”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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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7   |  발행일 2019-12-07 제5면   |  수정 2019-12-07
공천 잘못하면 국민 외면

여야는 공통적으로 ‘개혁공천’을 목표로 내걸고 국민들로부터 합격점을 얻는 데 주력한다. 개혁공천이란 단어는 귀에 순하게 들리지만, 말 자체에는 ‘비수’가 숨겨져 있다. ‘개혁’이란 말 자체의 의미 때문이다. 말 그대로, 뭔가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혁공천은 다선 의원들에게는 원천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정치 신인에게는 ‘복음’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분석가는 “‘구관이 명관이다’는 속담도 있지만 개혁공천이란 대의 앞에선 고개를 들기 힘든다”면서 “오히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유권자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현역 의원은 기득권층이기 때문에 교체 그 자체만으로도 일반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천 시즌 때마다 ‘물갈이 공천’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최대 화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중도보수층의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저성장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불안한 외교안보 정책, ‘친문(親文) 게이트’ 등 잇단 호재를 근거로 정권심판론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선 대통령 탄핵과 보수정권 몰락, 선거패배 등에 대한 내부 책임부터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패배 책임’을 거론하면 20대 총선도 빠지지 않는다. 당시 ‘진박감별사’에 더해 ‘진박후보 회동’ 장면 등은 청와대의 공천 전횡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지난 4일 현역 의원 중에서 6번째로 불출마 선언을 했던 비박계 3선 김영우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막장 공천으로 당 분열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려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그런 인식을 뒷받침했다.

앞서 한국당은 출마 의사가 있는 지역구 현역 의원 중 3분의 1 이상을 (컷오프로)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다가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과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절반 이상을 새 인물로 교체하는 개혁공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도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 컷오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자진 불출마 의원까지 합치면 ‘30% 물갈이’까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정량적인’ 물갈이 폭도 민심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과연 어떤 명분으로 물갈이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천 명분이 선거의 3대 요소인 ‘이슈’ 전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치는 명분이고 선거는 명분싸움이다. 당이 이번 총선에 임하는 기본적인 입장이 무엇이라고 먼저 기둥을 세워놓고 그 기둥에 맞게 돌을 쌓고 기와를 올려야 한다”면서 “역대 선거에서 그러지 못하고 사후적으로 끼워맞추기식 이유를 들곤 했던 것은 원칙없는 사천(私薦)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공천 실패의 방정식”이라고 지적했다. 원칙을 먼저 세웠다가 혹여 자신의 측근이 낙천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천의 명분을 먼저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읍참마속’도 불사해야 국민이 감동하는 공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읍참마속’이 국민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실행될 때 공천 성공은 담보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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