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확률과 정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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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2   |  발행일 2019-12-12 제30면   |  수정 2019-12-12
정치인이 목을 매는 지지율
비율과 확률 요소 고루 섞여
가변성 커 확률에 더 가까워
지지율·당선 확률 괴리현상
선거 직전엔 오차범위 수준
20191212

확률은 일정 조건 아래 어떤 사건이나 사상(事象)이 일어날 가능성의 수치를 말한다. 수학적으론 1을 넘을 수 없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없다. 확률 1은 항상 일어남을 의미하고 확률 0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음을 뜻한다. 확률 이론은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 페르마 등이 도박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다룬 것이 기원(起源)이다. 확률은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이 있는데, 수학적 확률은 원인과 결과가 명백한 경우의 확률이다. 예를 들면 주사위를 던졌을 때 특정한 면이 나타날 확률이 6분의 1이라는 게 수학적 확률이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하에서 생산되는 공산품 중에서 불량품이 나올 확률은 실제 통계를 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이런 경우의 확률을 통계적 확률이라고 한다.

비율은 확률과는 사뭇 다르다. 성씨 분포도는 비율이다. 우리나라 최다 성씨는 전체 인구의 21.5%를 차지하는 김씨고, 이씨 14.7%, 박씨 8.4%, 최씨 4.7%, 정씨 4.3% 순이다. 비율은 거의 불변인데 비해 확률은 가변성이 크다. 최다 성씨가 이씨나 박씨로 바뀔 확률은 거의 없다. 반면, 확률은 1%의 가능성이 대세를 뒤집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경선에 나섰을 때 대통령이 될 확률은 1%도 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공화당 주자로 처음 출사표를 던졌을 땐 대통령 당선 확률이 1~2%에 불과했다. 이렇듯 확률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다.

그렇더라도 확률이 높으면 현실화될 개연성은 커진다. MLB 월드시리즈에선 첫 원정 2경기에서 연승하면 우승할 확률이 88%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2연승 후 3연패에 빠지고도 기적처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게 88%의 마법인지도 모른다. 88% 확률에 대한 믿음이 워싱턴 선수들에게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줬을 수 있는 까닭이다. 또 통계적 확률의 경우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희성(稀姓)에 속하는 노(盧)씨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나온 게 확률의 오류를 웅변하는 대표적 사례다.

눈길을 끄는 확률도 많다. 악어 새끼가 1년 후 성체가 될 확률은 10%다.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은 800만분의 1로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야생에서 백호(白虎)가 태어날 확률은 벵골 호랑이는 1만분의 1, 시베리아 호랑이는 10만분의 1이다. 파란 랍스터가 태어날 확률은 2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2029년 4월 지구의 3만1천㎞까지 접근하는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다. 충돌했을 때의 파괴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10만배라고 한다.

정치인들이 목을 매는 지지율은 비율과 확률의 요소가 고루 섞여 있다. 지지율은 현재의 지지도를 나타내는 비율이지만, 미래에 치러질 선거의 가늠자가 되는데다 가변성이 크다는 점에선 확률에 가깝다. 정치인과 정당에게 지지율은 배를 띄우는 부력(浮力)과 같다. 정당 지지율이 높으면 당의 위상이 따라 올라가고 정책 제안과 정치적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은 곧 국정을 추동하는 힘이다. 정치권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정치인의 명운을 좌우하는 건 당선 가능성이다. 당선 가능성은 당선 확률과 동의어다. 현재 시점의 지지율은 미래의 당선 확률을 오롯이 투영하진 못한다. 향후 일어날 변수가 지지율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할수록 지지율과 당선 확률의 괴리 현상이 엷어지고, 대개 선거 직전엔 지지율과 당선 확률이 오차 범위 내에서 수렴된다. 선거 때의 지지율을 미리 높이는 방법이 있긴 하다. 정치다운 정치를 하면 된다. 정치다운 정치가 어떤 거냐고? 민심에 부합하는 정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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