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면접에 블라인드 선발…대기업·은행권 상시-직무중심채용 열풍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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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6   |  발행일 2019-12-26 제21면   |  수정 2019-12-26
■ 2019년 취업 결산
20191226
AI면접, 직무중심채용, 상시채용 등 2019년 취업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은 한 해였다. 그 와중에서도 취업난은 여전해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3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AI면접 모습. <영남일보 DB>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19년 취업 시장 역시 끝났다. 올해는 취업과 관련한 많은 이슈가 쏟아진 한 해였다. ‘AI면접’ ‘상시채용’ ‘직무중심채용’ ‘블라인드 채용’ 등 전형단계 변화부터 ‘최저임금 인상’ ‘베이비 붐 세대 퇴장’ ‘90년생 등장’ 등 기업 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취업 시장에 90년대생 등장
워라밸 강조 기업문화 바꿔

‘객관성 장점’AI 면접 기업
올해 140곳…1년 새 3배나

대규모 정기공채 속속 폐지
필요시 적재적소 수시 선발

필기시험으로 채용 안하고
직무수행능력·역량 등 평가


◆90년대생이 바꾼 기업 문화

취업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90년대생’이었다. 2018년에 출판된 ‘90년생이 온다’가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90년대생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이 바꾼 기업 문화 등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90년대생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간다’ ‘정시퇴근을 한다’ ‘공정함을 중시한다’ 등이었다.

이들의 등장은 채용 시장도 변하게 했다. 취업난을 직격으로 맞은 세대답게 이들은 공무원 시험을 선호한다. 올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 평균 경쟁률이 39대 1로, 지난해 41대 1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과열양상을 보였다.

90년대생의 등장은 기업문화도 바꿨다. 일과 삶의 균형, 공정 가치 존중 등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시되는 직원들이 늘면서 기업 문화도 바뀐 것. 대구의 한 공공기관의 경우 회식을 점심으로 바꾸고, 단합 활동도 금요일 오후에 진행했다. 이곳 관계자는 “늦게까지 술을 먹는 그런 문화를 요즘 세대들은 원하지 않는다. 단합활동도 짧게 하고, 고충 등도 티타임 등을 통해 듣는다”고 말했다.

◆취업도 AI 시대

취업시장 전면에 AI가 등장했다. AI가 면접을 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IT회사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AI면접을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45개사에서 올해 140개사로 늘어났다. 3배나 증가했다. 국민은행·부산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AI면접을 도입했다.

AI면접은 기존 대면면접과 달리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PC를 이용해 면접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지원자의 표정·어휘 등을 바탕으로 직무능력, 진실성, 인성 등을 평가한다. 객관성이 담보되는 게 AI면접의 장점 중 하나다. 사람이 면접을 보게 되면 선입견이나 감정이 개입되는데, AI는 개인의 취향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지원자들을 대할 수 있다. 또 속도 역시 빠르다.

대학가 역시 AI면접에 대비하고 있다. 영남대의 경우 방학을 맞아 AI를 활용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AI가 60만건의 합격·불합격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항목별 점수를 부여한다. 또 VR를 활용한 면접 준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AI가 당락을 결정하진 않는다. 은행권 중에 가장 먼저 AI면접을 도입한 국민은행의 경우 AI면접 결과가 2차 임원면접 시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 국민은행 인사담당자는 “AI면접은 지원자의 모습을 녹화하면서 답변뿐만 아니라 태도·반응 등을 살핀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암기한 답변을 줄줄 읊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시채용

대규모 공채가 사라진 시즌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상시채용 바람이 분 한 해였다. 상시채용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적재적소에 인재를 뽑겠다는 기업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지원 기회가 늘어 좋지만, 채용 규모가 줄고 선발 방식 역시 까다로워진 단점도 함께 존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상시채용의 시작을 알렸다. 연간 1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채용하는 현대차가 2018년부터 정시와 상시를 병행하다 올해부터 정시채용을 완전히 없앴다. 현대차는 AI·연구개발(R&D)·플랜트기술·소프트웨어·전략지원 등의 분야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았다.

SK 역시 공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상시채용을 하기로 했다. LG와 신세계도 합류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상시채용 열풍에 합류했다.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도 상시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상시채용은 취업준비생에게도 고민으로 다가왔다.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이 취업준비생 254명을 대상으로 ‘공채와 상시채용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70%가 상시채용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동안 착실하게 공채를 준비했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스펙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지역 취업지원실 관계자는 “공채와 상시채용을 분리해서 준비할 수 없는 취업준비생이 많을 것이다. 결국 스펙은 스펙대로 준비하고, 직무경험을 착살히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무중심채용

상시채용과 함께 강조된 게 직무중심채용이다. 올해 채용시장에서 구체적인 채용 직무와 필요역량, 조건 등을 제시하는 기업이 늘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은 해당 역량이 없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480명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 시 평가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2.3%가 전공 전문지식을 꼽았고, 36%가 전공분야 인턴십 경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만큼 직무 경험은 필수가 된 것이다.

채용시장에서도 롯데와 현대 등이 단순히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오디션 형식을 빌려 채용을 하기도 했다. 오디션에서는 직무 수행능력, 역량 등을 집중 평가했다. 또 채용 시험 역시 변해 단순 상식을 묻는 필기 시험에서 벗어나 실제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이 늘었다. 대표적으로는 소프트웨어역량지수 평가인 ‘TOPCIT’를 도입한 기업이 늘었다. 이밖에도 인적성검사와 함께 직무 시험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대학가도 직무중심채용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정 직무에 맞는 전문반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늘었고, 관련 직종 출신 교수를 중심으로 반을 운영하는 대학도 늘었다. 또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현장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임서규 영남대 취업지원처 진로교육팀장은 “채용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무 중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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