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의 사회적경제와 한국의 주주자본주의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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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9   |  발행일 2020-01-29 제29면   |  수정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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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호 (전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

오후 4시30분이면 해가 지는 미국 동부의 월요일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s) 수업 연강 3시간이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특히 등교하기 싫은 날이었다. 15명의 학생 중 유일한 유색인이자 영어 미숙자, 스무살이나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유일한 40대이자 두 딸의 아빠, 게다가 난무하는 미국 상법상의 용어들, 처음 들어보는 미국 법인의 종류와 세금 제도들에 허덕이며 꾸역꾸역 버티면서 한 학기를 마쳤다.

미국 사회적기업의 대강은 이렇다. 환경·노동·지역사회 문제 등의 시장실패를 정부가 아닌 민간, 그중에서도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회적 기업이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며, 사회적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경우보다 민간재단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주주자본주의의 극복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수업 시간에 20대 청년들이 대주주와 CEO가 엄청난 배당금과 인센티브를 가져가고, 주식을 가진 사람만 돈을 버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필자는 미국의 사회적 기업의 비효율성을 논하면서 "한국은 사회적 기업을 정부가 인증하고 지원하는 명확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너희처럼 복잡한 법인 제도들(L3C, B-Corp)을 만들 필요가 없다"라고 떠듬떠듬 말을 하기는 했지만, 내심 찜찜한 구석은 지울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은 주주자본주의라도 제대로 하고 있을까. 기업을 시장에 공개하면 소액주주들이 투자하고, 이들은 말 그대로 기업의 주인이 된다. 주식시장이 활성화될수록 더 많은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게 되고, 기업은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부동산과는 달리 윈윈(Win-Win)이 가능한 시장이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소액주주의 이익을 경시한다.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A사의 대주주는 자신의 지분 100%인 자회사를 만든다. A사는 100만원을 받고 C사에팔 수 있는 제품을 자회사에 원가인 50만원에 판다. 그리고 자회사는 C사에 100만원의 물건을 판다. 대주주는 이런 방식으로 소액주주는 배제한 채 50만원의 이익을 오롯이 챙긴다. 한국 시장의 특징을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운영방식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익이 남아도 주주에게 배당을 하지 않거나 짜게 하고 어떻게든 대주주의 이익을 불리는 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그래서 한국의 코스피는 10년간 그대로이다. 10년 전 코스피(KOSPI)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지금도 1억원이나, 다우존스지수(DJI)에 투자했다면 3억원이 넘었을 것이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2천조원이 넘는다지만, 미국 시장으로 가거나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그래서 띠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기업의 이익과 성장을 주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전근대와 근대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한국 사회 전반의 현실처럼 우리의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주주자본주의의 착근을 서둘러야 함과 동시에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활성화와 같은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에도 주목하고 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이호 (전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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