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 TK'라고 다 구닥다리는 아니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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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  발행일 2020-01-20 제30면   |  수정 2020-01-20
전원 불출마 선언 압박 속
정종섭 의원 지역 첫 결단
탄핵 책임 모두에 있지만
지역사회 필요한 의원도
그들 내치면 지역만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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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엔 12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은 8명이다. 나머지 4명 중 2명(새로운보수당 유승민·우리공화당 조원진)은 한국당과 뿌리가 같다. 2명(김부겸·홍의락)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경북의 선거구는 13곳이다. 2명(최경환·이완영)이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여서 11명이 남았는데, 모두 한국당 소속이다.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TK의 한국당 소속 19명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표적이 돼 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원이 한 명도 없다고 연일 질타한다. 같은 영남권인 PK에선 이미 7명이 출마를 포기했다고 비교하기도 한다. 영남은 보수의 텃밭이었다. 그 중에서도 TK는 안방과도 같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진보에 정권을 넘겨주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는데, 왜 PK 보수만 책임지고 TK 보수는 무풍지대로 남아 있느냐는 주장이다.

서울 언론에선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TK는 100% 갈아야 한다'라는 기사를 크게 싣기도 했다. 특정 의원을 지목해 당무감사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TK 지역사회에서도 "한국당 현역 의원 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자마자 "구닥다리를 확 쓸어내서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하겠다"라고 하자 TK 정가는 술렁거렸다. PK 출신인 김 위원장은 TK가 불출마 무풍지대로 남은 데 대해 18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공천 받으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물러나는 것 같다. 초선이냐 다선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라를 위해 불출마가 명예이고 영광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 TK 지역 '컷오프' 비율에 대해선 따로 생각하는 게 있다. 다만 지금 밝힐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의 'TK 경고'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19일 정종섭 한국당 의원(대구 동구갑)이 TK에서 첫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진박'(眞朴·진짜 친박)으로 분류됐던 정 의원은 불출마 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야당과 손잡고 '셀프 탄핵'을 주장했던 사람들과 뿌리 깊은 계파 갈등에 책임 있는 핵심 인사들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서 세력 교체와 통합의 길을 열자"고 했다.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탄핵 책임론’을 꺼내는 이중성이다. 그런데 이 모순은 탄핵사태 이후 'TK 한국당'의 숙명이 됐고, 'TK 100% 불출마론’의 근거가 된다. 한국당 TK 의원들은 탄핵의 빌미를 줄 정도의 국정운영 실패에 원죄가 있거나, 당시 야당과 손잡은 책임이 있으니 모두 물러나라는 얘기다.

2019~2020년판 ‘제20대 국회 수첩’을 꺼냈다. TK 한국당 19명의 프로필, 그동안의 의정활동에서 맡은 역할 등을 훑어보며 그들이 TK 주민을 대표한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일일이 짚어봤다. 큰 틀의 '탄핵' 프레임에 가두면 자유로운 의원은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약간의 계파색은 있더라도, 정치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정도는 아닌 의원이 없는 건 아니다. 또 소장파든 중진이든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을 위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거나, 중앙정치무대에서 활약한 의원도 더러 있다. 그들까지 쓰나미에 휩쓸려가면 그 손실은 TK만 입는다. 단, 자리만 지키는 구닥다리이거나 보수 정권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의원들이 알아서 물러나야 '진짜'가 남을 수 있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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