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불출마 선언 의미와 파장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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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9   |  발행일 2020-01-20 제3면   |  수정 2020-01-19


정종섭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19일 국회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4.15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정종섭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을)이 19일 대구경북 정치권에선 처음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TK 정치권의 공천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정 의원이 같은 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에 이어 보수 정권 실패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TK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은 지역 정가에선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 TK 의원들 중 에선 전 정권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그는 2018년 6·13 지방선거 직후 '조건부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이후에도 보수정권 몰락 책임론이 거론될 때마다 그의 거취에 주변 시선이 쏠리곤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전 정권 실패 책임론을 제기하며 불출마 입장을 먼저 밝힌 사례는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발언 당시에 "당 지도부가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기하면 불출마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TK에서 순수한 불출마 선언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이날 불출마의 변에서 보수정치권의 당면 핵심 과제인 '혁신'과 '통합'에 대해 일석이조(一石二鳥)식 처방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혁신 대상자들이 불출마 선언으로 2선 퇴진하면 통합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과 통합을 위한 시대적 요구는 대대적인 세력교체이다"면서 "정치실패에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퇴진하고, 신진세력들이 낡은 세력을 교체하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혁신대상으로 지목한 쪽은 두 그룹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를 스스로 탄핵해 대통령을 내쫓고 야당에게 정권을 넘겨준 세력"과 "이른바 '계파투쟁'으로 서로 상대를 배제하며 공천권과 대선후보 장악을 위한 내부 권력투쟁을 일삼으며 정치의 활력과 정치기반을 붕괴시킨 세력"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탈당파를 의미하며 후자는 당내 주류였던 친박(친 박근혜)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본인은 친박계의 행적에 연루돼 있기 때문에 불출마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 의원은 친박계보다 복당파를 앞에 거론함으로써 탄핵 찬성 의원들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그냥 덮어 놓고 가자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무책임 할 뿐 아니라, 이에 책임질 사람들이 정치생명을 연명코자 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제시한 '통합 3원칙' 중 '탄핵의 강을 건너자'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의 통합 논의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정 의원은 "과거 당의 위기 상태에서 탈당해 탄핵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존재가 위험해지자 당을 급조해 다시 협상조건들을 내걸며 인적 쇄신과 통합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시대 자유우파세력의 혁신과 통합에 대한 요청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제기한 '탄핵 찬성파 및 친박계 핵심 책임론'에 근거한 두 그룹의 동반 불출마 주장이 당내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불투명하다. 친박계의 입장을 대변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PK(부산경남울산)에선 지역구 의원 7명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수회생을 위한 희생양을 자처하고 나선 데 비해 TK에서 한 명도 용퇴자가 없어 국민적 눈총을 받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정 의원의 이날 결단이 TK 세대교체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의원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설사 본인들이 버티기로 일관하더라도 민심이 서서히 돌아가기 때문에 공천심사 과정에서 공천배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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