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현풍읍 물문마을 당산제 당산목에 400년째 치성

  • 이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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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2   |  발행일 2020-02-12 제14면   |  수정 2020-02-12
제사 후 지신밟기로 한 해 시작
제관, 상가 출입·외지 출타 못해
"영험 있는 나무…재난 막아줘"

대보름
대구 달성군 현풍읍 물문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목에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에헤루 지신아 당산지신을 울려보자. 후토지신 당산신님. 오악지신 당산신님. 이 당산에 왕림한다. 환희봉양하옵시고 안가태평하옵소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난 8일 대구 달성군 현풍읍 물문마을은 천왕대를 앞세운 선소리의 구성진 장타령과 어우러진 풍물장단 소리가 마을의 고요를 깨고 울려 퍼진다.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목에게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리고 마을의 공동체적 유대감을 공고히 하는 소통과 화합의 지신밟기로 한 해를 시작했다. 물문마을은 당산제에 앞서 지난 3일(음력 1월10일)에는 마을 원로들과 제관(고양주라 함)이 당산목 주변을 청결히 하고 왼쪽으로 꼰 새끼금줄을 둘러 잡귀의 침범을 막는 황토를 뿌리며 정토의식을 지냈다. 이어 당산목의 정령을 천왕대로 내려 모시는 강신제를 치르면서 제관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 치성을 드리고 고유제를 했다. 제관(한기택·68)은 심신이 맑고 깨끗한 사람을 선정한다. 또한 작년 한 해 동안 상가 출입이나 장기간 외지 출타를 금하고, 개고기 등 비린 음식을 피해야 하며 언행도 삼가 근신해야 한다고 한다.

이날 당산제는 대보름 전야 자시(밤 11~1시)에 목욕재계한 제관이 미리 준비한 제물을 차려 정성을 들이며 주민들의 기원을 담은 소지 종이를 태우면서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당산제를 마친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음복을 하며 덕담을 나누면서 마을 윷놀이 대회로 친목을 꾀하고 마을 정체성을 확인했다.

물문마을 당산제 연원은 정확한 사료적 고증은 없지만 마을 원로들의 옛 구전에 의하면 대략 400년 이상 전승되었으리라 추정된다. 당산제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100여 년 전에는 주민들이 당산제를 모시던 중 인근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가 제상을 뒤엎는 소란을 피우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한다. 또한 60여 년 전에는 어린 여자애가 제수품과 마름질해놓은 제관복을 뛰어넘으며 장난치다 혼절해 한 달 이상 원인 모를 앓이를 해 가족들이 당산나무에 빌며 치성을 드려 나았다고 한다. 1976년 구마고속도로 공사 중 현풍휴게소 조성을 위해 불도저가 평지 작업 중 실수로 당산나무의 뿌리를 다치게 하자 그 자리에서 시동이 꺼지는 기현상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또한 물문마을은 낙동강 수계의 저지대에 위치해 홍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빈번했지만 가축과 인명 피해는 별로 없었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마을 젊은이가 10명 정도 되지만 한 사람도 다치거나 전사자가 없어 지금도 주민들은 영험 있는 당산목의 가호라고 굳게 믿고 있다. 원시신앙인 토테미즘과 애니미즘에 근원을 둔 당산제는 우리 민족의 원초적 사상의 발현으로 풍년을 기원하고 질병과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강한 신념으로 염원하는 기원제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박인봉 물문마을 이장은 "전통 세시풍속의 큰 몫을 차지하는 당산제가 현대화에 밀려 겨우 우리 마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지자체의 성의 있는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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