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코로나19 사태와 불평등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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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31   |  발행일 2020-03-31 제26면   |  수정 2020-03-31
사회적 거리두기 불가능한
알바생·일용직들 생계 위협
경제적 불평등 심화될 수도
국가가 모든 재정 동원해서
폐업 위기·저소득층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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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무섭다. 3월 초, 이 지면에 칼럼을 쓰고 있던 때만 하더라도 특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확진자 수가 매일 거의 1천 명씩 불어나고 있던 때라 우리 사정이 제일 급박하다고 여기던 터였다. 그때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 우울하다. 우리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방역 당국이 필사적으로 애쓴 덕분에 1일 확진자 수는 10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지만, 시야를 전 세계로 돌려보면 상황은 훨씬 나빠졌다. 대략 지난 17일부터 전 세계 확진자 수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28일 기준으로 미국의 확진자 수는 10만 명을 훌쩍 넘었고, 이탈리아에서도 8만6천 명이 감염되었으며,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5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다. 그만큼 사망자 수도 늘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만 코로나19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수가 거의 1만5천 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 1일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자 수가 꽤 있어서 전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경제는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세계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고, 우리 사정도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휴업과 폐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탓에 외식업을 비롯해서 수많은 자영업체가 개점휴업 상태다. 3월 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우리 일상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썼지만, 지금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위태로운 시절을 보내다 보니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순위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방송인 부부가 오른 적이 있다. 이들 부부가 지인들과 함께 어느 프라이빗 콘도에 가서 머물고 왔는데, 부인이 이 이야기를 자기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최대한 여행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면서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방역 당국의 절박한 호소가 무색하게 한가롭게 여행을 다녀왔다 하니 비난이 쏟아질 만도 하다. 여기서 이 부부의 행실에 대해 논평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사람도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는 점을 깊이 새겨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를테면, 하루벌이가 아쉬운 전국의 수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나 일용직 노동자에게 재택근무는 팔자 좋은 사람들 이야기일 뿐이고,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집에 머무르는 일은 곧바로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이야기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깊이 뿌리 내린 사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평등을 심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경제학을 잘 모르는 필자가 보기에도 지금은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재정 수단을 써서 기업 도산과 자영업자의 폐업을 막고, 실업자와 저소득층의 생계를 떠받쳐주어야 할 때다. 재난기본소득 이야기는 이런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나왔을 터인데,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두고 포퓰리즘이니 뭐니 해가면서 갑론을박만 거듭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정부와 몇몇 지자체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다. 그 사이에도 하루벌이가 아쉬운 이들은 감염 위협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가야 하고,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벌이를 찾아나서야 한다. 이런 이들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부디 정치인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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