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총선 성적과 미래통합당 대선후보군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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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4   |  발행일 2020-04-04 제23면   |  수정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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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끝나면 정국은 대선 국면으로 바뀐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예비주자(走者)들의 명암이 갈리기 때문이다. 금배지를 달게 되면 대선 레이스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고, 낙선하면 빨간 불이 켜졌다고 판단해야 옳다. 올해 4월 중순이면 대선 분위기가 성큼 다가온다. 2022년 3월2일이 투표일이다. 22개월 남았다. 내년 11~12월이면 각 당이 후보 경선을 한다. 문재인정부는 실질적으로 20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미래통합당 대선후보군(群)의 선두주자는 황교안 대표가 예약해 놓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맞붙었다. 열흘 남짓 남은 현재 기준으로 황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선을 가정한다면 통합당 대선후보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누름으로써 단숨에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로 뛰어오를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통합당 내부 경쟁자들은 졸지에 '군소 경선후보'로 전락하게 된다. 보수 진영의 대선 경쟁은 늘 이런 식이었다. 선두주자로의 쏠림 현상이 다른 어느 정당보다 심했다. 역동성도 부족했다. 중간에 결정적 흠이 나타나도 불변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낙선하면 어떻게 될까. 통합당이 제1당이 된다면 황 대표 위상이 그다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종로 도전을 선택한 그의 결기가 제1당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당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낙선에 제1당 탈환 실패까지 겹치면 당원들은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예비군들이 전선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에게는 관심 밖일지 모르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있다. 일찌감치 험지인 서울 광진구을에 둥지를 틀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한 곳이다. 장관으로 옮기는 바람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맞붙었다. 금배지를 달면 수도권 험지를 딛고 일어선 총아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2천500만명이 넘게 사는 수도권은 전국의 축소판이라 불리지만, 늘 통합당 계열 정당에 유리하지 않았다. 황교안에 실망한 당원들이 눈길을 줄 만한 첫 번째 인물이 '광진구을 국회의원 오세훈'일 가능성이 높다. 떨어진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유승민 의원은 이다음쯤 자리할 것 같다.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눈앞의 득실은 분명치 않다. 유승민계 후보들의 성적이 좋다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다. TK의 류성걸(대구 동구갑), 강대식(대구 동구을),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뿐 아니라 서울의 이혜훈(동대문구을), 진수희(중구-성동구갑), 지상욱 후보(중구-성동구을)가 친유승민계다. 친박계와의 구원(舊怨)은 늘 장애처럼 따라다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수성구을에 무소속으로 나온 홍준표 후보는 현재 '제 코가 석 자'다. 통합당 이인선 후보와 초접전 양상이다. 금배지 탈환에 실패할 경우 기다리는 것은 은퇴 코스다. 어렵게 국회의원이 돼도 그에게 덧씌워진 '막말 프레임'은 이제 거의 고질병 수준이다. 치유할 수 있는 명약이 없는 한 그의 '대권 재수'는 요원해 보인다.

TK 출신의 김병준도 '대기' 순번 정도는 받을 만하다. 그는 험지가 아니라 '사지(死地)'라는 세종을에서 뛰고 있다. 세종시 설계자라지만, 세종시 탄생에 원죄가 있는 정당의 후보인 점이 그의 도약을 억누르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해 '독배'를 마시게 한 것 아니냐는 여의도 정치권의 분석은 이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월등한 인물 경쟁력에 대한 세종시 유권자들의 판단이 남아 있다. 과연 누가 대선 가도의 첫 스타트를 순조롭게 할 것인가.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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