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겪는 학부모들...온라인 개학으로 오른 가격에, 필요없던 장비 구입 '부담'

  • 서민지,정지윤
  • |
  • 입력 2020-04-07 16:49  |  수정 2020-04-08 07:31  |  발행일 2020-04-08 제8면
KakaoTalk_20200407_150357720
6일 오후 8시 30분쯤 경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 문의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지난 6일 오후 8시쯤 경산의 한 대형마트 가전제품 코너에는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방문해 강의용 노트북 가격을 문의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키보드, 마우스를 구매하는 중학생도 있었다. 이찬수군(16)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데스크톱을 이용해야 해서 키보드를 사러 왔다"면서 "친구들로부터 노트북 등 IT기기를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취재진이 머무른 30분간 3팀이 노트북 구매를 위해 상담을 받았다.


오는 9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모든 가정이 강의용 IT제품을 구비하고 있는 게 아니기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2명 이상인 집은 수업이 동시간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만큼 추가로 장비를 사야 하는 형편이다.

7일 온라인 유통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일까지 IT기기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웹캠은 30배 이상, 노트북은 44%, 태블릿 PC는 40% 늘어났다. 대구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 교육부가 2차 개학연기를 발표한 직후부터 지난 6일까지 대구 이마트 7개점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태블릿 PC는 145.7%, 데스크톱은 203.3%, 노트북은 57.2%, 모니터는 19.8%, 프린터·스피커·헤드셋 등 PC주변기기는 27.8%가량 증가했다.

이들 제품의 가격도 급등했다. 이날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웹캠을 검색한 결과, 특정 웹캠의 가격은 지난달 10일보다 약 4.5배가량 상승한 31만 4천40원이었다. 또 다른 웹캠도 지난달 10일 7만 90원이었던 가격이 21일 만에 약 2.5배가 증가해 18만1천 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이 예정됨에 따라 IT 관련 상품들에 대한 구매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쇼핑몰 내에서도 해당 제품들의 기획전을 열어 노트북 등 편안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지역 한 백화점의 노트북 판매 담당자도 "전년대비 20~30% 판매가 늘어났다"며 "주로 찾는 고객층도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고 말했다.

노트북 등을 찾는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자식 앞에서 속수무책인 학부모의 마음이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학생들이 보유한 스마트폰으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그게 아니라는 것. 동구 신천동 휴대폰 가게 한 직원은 "학부모가 아이에게 강의를 이유로 스마트폰을 사주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 맘카페에서도 "연년생에게 하나만 사줄 수가 없어 2대를 샀다" "스마트폰으로는 피로도도 심하고 자세도 힘들 것 같다. 노트북 구입해서 TV 연결해 강의를 보여주기로 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가격 급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김모씨(여·43)는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 한대 더 사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다"면서 "최근 IT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러잖아도 코로나19로 다 같이 힘든 상황에서 본인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행동에 어이가 없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상에서도 "가격으로 장난치지 마라" "웹캠 가격이 올랐다는 게 가짜뉴스인 줄 알았는데 너무하다"등 가격이 오른 제품들에 대한 불만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디지털 기기가 필요한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3만 4천 대 정도의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각 학교에 신청해서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 다자녀 가정이라면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웹캠의 경우 쌍방향 소통 수업 시에만 필요함으로 해당 학급의 강의 내용에 따라 구매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민지 기자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