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연대의 일상화를 다시 고민하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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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4   |  발행일 2020-04-15 제25면   |  수정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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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탁 대구사이버대 교수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장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사회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사람 간의 관계에 의해 작동하던 사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멈춘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다. 그사이 화려한 꽃을 피웠던 캠퍼스의 봄도 학생들을 맞기도 전에 져 버렸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극복과 관련한 역사적 해법은 동서양 모두가'격리와 연대'를 강조한다. 격리가 감염병으로부터 인간 자신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1차적 본능에 관한 것이라면, 연대는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개개인의 힘을 합쳐야 한다는 협력, 연대의 2차적 자각(自覺)에 관한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겪어 온 사스·메르스 극복의 과정을 반추해 보면, 초기 격리에서 종국은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개개인의 자각에 의한 사회적 연대가 큰 힘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사회연대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강력한 힘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연대는 어김없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원봉사와 기부, 그리고 지역 단위의 작지만 다양한 돌봄활동은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생활방역을 모색해야 할 지금은 사회연대를 자각하고 기꺼이 스스로의 고통을 인내하며 더불어 연대해야 하는 일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사회연대의 강조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강조되어 온 사회복지 이슈이다. 


특히 정부가 자치와 복지의 융합이라는 통섭의 이슈를 제시하면서 지역주민의 연대의식 증진과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의 돌봄·복지·보건 등의 사회문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동주민센터나 보건소 등의 행정체계를 개편하고 주민참여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시기를 맞으면서, 지금까지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주민연대, 사회연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에 관한 보다 깊이 있는 반성이 요구된다. 


많은 사람의 안전과 관련된 이같은 시기에 소외된 계층의 삶은 더욱 힘들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또한 개개인의 건강상태가 전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 감염시기에는 소외된 계층의 개개인도 너무나 중요하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개개인이 격리에 치우친 나머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이 사회적으로 밀려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해 온 주민 간의 연대가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로 사회연대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닌 국민 스스로의 자각과 협동으로 이끌어 가는 사회연대의 일상화를 무엇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때를 알게 하는 것, 이것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현재 우리에게 선물과 같이 전해 준 지혜인 것 같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민참여형 방역을 숙고해야 하는 이때, 사회연대의 힘을 다시 자각하고 지금까지 정부 주도형의 사회연대 활동에 대해 성찰하며, 소외된 이웃과도 사회적 거리를 좁히는 다양한 방안을 시급히 만들어 나가길 희망해 본다.
채현탁<대구사이버대 교수·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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