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이 우선이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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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1   |  발행일 2020-05-12 제25면   |  수정 2020-05-12
김학기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이 났다. 후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결과지만 선거 과정에선 지역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저마다의 공약을 확인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기간 '텔레그램 n번방 근절 TF'를 만들기도 하고 투표일 직전 'n번방과 관련한 폭로'를 예고도 하면서 우리사회가 풀어야할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선거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슬픈 현실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을 디지털 성범죄로 다루며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 청소년들과 가해자인 청소년으로 분류하고 사회적 책임과 분노를 함께 표출하고 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성범죄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어른들의 삐뚤어진 성 관념,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등 왜곡된 가치관들을 그대로 답습한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흔히 청소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청소년이 미래를 책임질 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의 주인공이며 청소년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청소년들의 자율성과 참여를 높이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우리도 청소년을 더 이상 미래의 주역이라고 관심을 미룰 게 아니라 오늘의 주인공으로 인식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성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대략 18세 이전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신체와 정신과 감성이 균형 있게 발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덕·체 전인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과연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미래의 인재로 푸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 청소년을 둘러싼 현재의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가장 중요한 '가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학교'도 표준화된 지식을 전달하기에 급급하다.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의 청소년 활동이 가능한 시설은 청소년수련관·청소년수련원·청소년문화의집을 비롯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청소년쉼터 등이 있다. 이러한 청소년활동 시설에선 청소년의 체력과 덕성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직업체험·동아리활동·봉사활동·상담 등 청소년들을 지원해 올바른 인성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가족과 학교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청소년 활동은 여가활동이 아니라 올바른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지금보다 더 확대되고 활성화 돼야 제2, 제3의 또 다른 'N번방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청소년 피해자와 가해자가 양산되는 동안 아무 역할을 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의 성인지 교육과 청소년 안전망, 입시교육제도 등에 대한 사후 땜질식 처방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청소년이 건강한 가치관을 몸으로 가슴으로 체득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 관련법과 정책이 획기적으로 보완될 수 있기를 이번에 당선된 21대 국회의원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벗어나 지역사회 청소년 인프라와 함께 안전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진로와 성인으로서의 역량을 터득해 나가는 길을 널리 열어주는 것이 바르고 빠른 길이다. 더 이상 가정과 학교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김학기<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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