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사광가속기 구축은 국가 백년대계를 고려해야 한다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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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3 13:49  |  수정 20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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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


방사광가속기는 빛 공장이다. 전자를 가속시켜 빛을 만들어 내는 거대과학시설로 재래식 X광원보다 밝기가 1억배 이상이다. 그래서 불가능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고, 팸토초의 빠르기로 물질의 급격한 변화상태를 초고속으로 촬영이 가능한 장치이다. 원자나 분자 사이 거리와 비슷한 짧은 파장의 방사광을 물질에 쪼이면 회절무늬를 통해 내부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신약개발에 사용된다. 세계 최초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개발됐다. 또한 성분 물질의 구조가 온도나 압력 등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 그래핀 등 차세대 신재료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27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유치 공고'를 낸 이후로 포항시를 포함해 전남(나주), 충북(오창), 강원(춘천) 등 4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치열한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포항의 입지 당위성은 가속기 구축과 활용에 있어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가속기의 설치와 운영에는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데 과학계에서 거듭 말하고 있는 것이 전문인력의 보충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건설은 국내 전문인력이 주도해 가속기 기술 국산화를 선도한 한국 과학기술의 모범이자 총망라였다. 이러한 우수한 인력들이 최대로 모인 포항은 가속기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첨단산업과의 연계를 꾀하는 국내 유일의 도시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우선 1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6년의 사업기간이 소요될 거대 연구시설을 국가과학기술이나 관련 산업분야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균형발전만을 내세워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 발전적인 측면에서 맞지 않다. 세 번째로 교통의 접근성을 말하지만 포항 역시 서울에서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다, 반나절 생활권이 일반화된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구축된 상황에서 접근성을 내세우는 전략은 적절치 못하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보다 나은 연구 환경을 찾아 해외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거리와 접근성보다는 연구시설의 품질 및 운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 번째로 포항은 정부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초 원천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지원을 위해서도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이차전지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완전 고체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사업도 추진하는 한편, 이차전지소재연구센터도 지난해 문을 열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을 위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도 건립 중이고, 바이오신약개발 벤처기업들도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기능과 속성이 유사한 가속기들을 한 곳에 집적해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운영비를 절감하는 것이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추세이다. 포항은 방사광가속기를 개념 설계할 수 있고 운영경험을 가진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이다. 1995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해 25년 이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경우는 2011년에 시작해 5년 만에 성공적으로 구축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가속기 분야의 선도 도시이다. 포항에 건설한다면 구축기간 단축을 시작으로 기존 가속기 전문인력 활용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국가재정도 충분히 절감이 가능할 것이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 그리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한 곳에 위치하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속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며, K-방사광가속기 모델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입지선정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 나라 전체의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백년대계와 바이오, 신소재, 반도체 등과 같은 미래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위해 최적의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포항시민들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반영돼 입지가 결정되기를 염원한다.
이강덕<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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