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수가 필요한 대한민국 정치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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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2   |  발행일 2020-05-13 제25면   |  수정 2020-05-12
권태윤
권태윤 보좌관(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

'40대기수론'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40대와 지금의 그 세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한마디로 연륜(年輪)의 차이다. 과거엔 10대에 결혼하는 일도 허다했다. 20대면 대부분 결혼했다. 여성도 서른살이 넘으면 노처녀로 낙인(烙印) 찍혔다. 여성이 35세 이상이면 재혼을 하는 남성과 결합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탄식도 당연한 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

다. 중학교도 졸업 못하고 일터로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세상 물정은 10대, 20대에 대부분 알았다.

 


지금은 어떤가. 40세가 넘어서야 결혼하는 남녀도 허다하다. 30대 중반까지 부모 품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가 널리고 널렸다. 결혼해서까지 부모 등골을 빼먹는 시대다. 태어나 보니 배도 곯지 않고 풍요로운 세상에 살게 된 사람들. 그들이 지금의 20·30대를 이룬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 40대가 '날 것' 그대로의 삶을 경험한 기간은 과거의 20대 수준밖에 안 된다. 결국 지금 40대 기수론은 허술하고 공허하다.


노인은 어떤가. 과거엔 60세만 넘어도 눈치가 보여 정계(政界)를 떠나는 일이 많았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이나, 노인의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70대 중반이 됐어도 국회의원을 더 해야겠다고 달려드는 세상이다. 외모도 영양 상태, 운동 등으로 인해 과거의 50대와 지금의 70대는 별로 구분이 안 된다. 80세를 바라보는 분들도 정치하겠다며 재기를 노리는 곳이 여의도 풍경이다.


지금 50대의 삶이 과거의 30·40대의 삶과 그 깊이에서 유사하다. 더러 선진국 청년 정치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풍요를 이룬 나라였고, 그런 환경 속에서 일찍부터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 다양한 정당 및 사회활동 경험을 통해 충분히 준비된 정치인의 자질을 갖춘 셈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20·30대는 어떤가. 한마디로 유아적(幼兒的)이다.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껍데기뿐인 스펙만 잔뜩 쌓았다. 외양은 그럴 듯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허약하고 부실함 그 자체가 지금 우리 청년세대이다.


나이로 현혹시키지 말자.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영화 '은교'의 대사가, 나이로 진퇴를 판가름하는 잘못된 세상의 시선을 질책한다. 단순히 젊은 나이라고 해서 우대할 일도 없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홀대해서도 안 된다. '콘텐츠'로 승부하는 세계다. '할배·할매'도 개혁의 기수가 될 수 있고, 청년도 '꼰대'가 될 수 있다. 안될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진짜 청년은, 숱한 좌절과 실패, 치열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 청년이 과연 우리 정치판에 있는가. 21대 당선인 중 그런 청년이 있는가. 나는 결단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부터 그런 청년 인재를 기르자는 것이다. 정당이 앞장서 그 일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청년 스스로도 그렇게 자신을 단련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올바른 청년정치가 비로소 가능하지, 그저 젊다는 껍데기 때문에 가산점이나 공짜로 얻어걸리는 '로또청년'을 만들지는 말자는 얘기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는 40대 '기수(旗手)'가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훈련된 품격있는 '고수(高手)'가 더욱 필요한 때다.
권태윤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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