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포스트 코로나 대토론회 주관' 대구사회연구소 김재훈 소장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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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30 08:20  |  수정 2021-06-27 14:27  |  발행일 2020-05-30 제22면
"대구 車부품 친환경차 중심으로, 서비스업은 지식형으로 전환해야"

김재훈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대구 경제 부활 방안을 모색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기획한 대구사회연구소 김재훈 소장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엄청난 여파로 세계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의 경제·사회 질서가 바뀌고 우리의 삶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기업이 줄도산하고 실직자가 폭증했다. 한국은 방역에 성공해 다른 나라보다 경제적 타격이 적다고 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바이러스 감염 공포에 경제침체 위기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난국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와 대구경제의 부활 방안을 모색하는 대규모 토론회가 지역에서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행사를 주관한 〈사〉대구사회연구소 김재훈 소장(61·대구대 경제학과 교수)은 "코로나가 세계 모든 나라에 위기를 준 것은 맞다. 그래도 한국은 위기 속에서 이를 헤쳐 나갈 돌파구를 찾았다. 앞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치열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국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새로운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미래의 밝은 청사진을 제시한 근거가 궁금하다.

제조업 국가는 기술이 최고 경쟁력
선진국형 첨단기술 등 개발 나서야
기업 줄도산 막을 국가정책도 필요
노동시간 줄이고 일자리 더 늘려야

뉴노멀 시대 '비대면 산업' 급부상
한국이 가진 인프라 적극 활용하면
세계경제 위기 속 미래 어둡지 않아


▶이번 토론회는 큰 의미가 있다.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코로나로 힘든 와중에 전문가들이 모여 이를 극복하고 활로를 찾아보는 행사라서 주목받았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와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려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이미 대변화의 소용돌이에 진입했고 앞으로 더 큰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위기의 대구, 재난에서의 부활을 위한 설계'라는 토론 주제처럼 혼란의 시기에 미래를 찾아보는 기회를 얻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어떻게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나.

"지난 2월 대구사회연구소장으로 취임한 후 새 집행부 출범 기념행사를 기획하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나오면서 대구가 최대 피해지역이 됐다. 코로나가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태 이후의 사회·경제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 대구에서 그 연구를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뉴노멀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로 글로벌 자유무역체제가 흔들리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나타났다. 신흥 경제강국인 중국은 민족주의 성향을 보였다. 여기에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다. 앞으로 산업·노동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의 경제·사회 질서가 재구조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30년대 세계경제 대공황 이후 최대 변화가 올 것이란 예측도 있는데.

"현재 상황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변화를 가져오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거나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는 것처럼 코로나는 생명을 산산조각냈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으며, 정부의 역량을 드러내 정치적 방식이나 경제력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했다. 동의한다. 우리 삶에 대전환이 일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이 어떤가.

"코로나 사태로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에 비하면 성장률 전망치가 양호한 편이라는 게 위안이다. 이는 국내의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방역방식이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디지털경제, 배달문화도 일조했다."

▶그래도 이른 시일 안에 한국경제가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맞다. 한국은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국내 방역에 성공해 일찍 일상이 회복되더라도 해외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늦어지고 상처가 크면 그 영향을 받는다. 수출 경기 부진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 이미 산업분야별로 그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경제도 좋지 않은데.

"4월 이후 한국 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대구는 자동차부품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이라 타격이 더 크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당연히 부품산업도 위축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친환경차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부품의 절반이 사라지는 전기자동차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은 경제 위기 때 더 취약한 업종이다. 서비스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그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은.

"앞으로 자동차 수출은 더 위축될 것이다. 자동차부품업체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기술을 살려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친환경차 부품 생산도 한 방법이다. 기존 기술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에 관해 기술전문가 등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산학연 공동 연구도 추진할 만하다. 서비스업은 기존 생계형에서 지식형 서비스업으로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야 경쟁력이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경제 성장 방안에 대해서도 조언할 게 있다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짜나가야 한다. 한국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제조업 국가의 특성을 살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제조업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기술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선진국형 첨단기술은 물론 제3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적정기술도 병행해 개발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한국의 위생·안전 관련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 분야도 발전시키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술이 국가 대외 교섭력을 높인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수출은 자유무역주의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 수출이 점점 막힌다. 이를 해결하는데 국가의 대외교섭력과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높이는데 기술만 한 게 없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가을에 2차 대유행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기업들이 우선 이 위기부터 넘겨야 기술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여파가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도산을 막는 국가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 보호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용보험 바깥에 있는 불안정한 노동자가 취약하다."

▶노동자를 보호할 구체적 방안은.

"코로나 사태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원격으로 하는 경제체제가 더욱더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이는 삶과 일의 방식이 바뀜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실직자가 급증했다. 4차 산업혁명도 일자리 감소를 부추긴다. 점점 취업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은 노동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 성장 관련 패러다임 전환도 언급했는데.

"한국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많은 시련을 겪었다. 이 와중에 국민은 자연스럽게 뛰지 않으면 도태되고,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정신없이 뛰기만 했던 국민이 코로나로 삶의 정지상태를 맞았다. 여기서 한국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의 추격성장을 벗어나 창의력을 요구하는 선도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는 어떤가.

"한국은 산업화가 늦어져 역사적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정보화산업에 집중해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 사태도 슬기롭게 대처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비대면 관련 산업이 급부상할 것이다. 한국은 비대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의 미래는 절대 어둡지 않다." 김수영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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