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부동산 정책은 명분 말고 대안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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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  발행일 2020-06-02 제26면   |  수정 2020-06-02
대구집값 최고 수성구 겨냥
보유세 인상·대출규제 강화
실수요자 소외 현상 불러와
전셋값 상승도 부추기는 꼴
실물경제 마중물 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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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군 군월드 대표

노태우정부는 현재의 분양가 상한제와 맞먹는 원가연동제를 내놨다. 노무현정부는 공공택지에 국한한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까지 넓히는 강수를 뒀다. 정부의 이 같은 캐치프레이즈에 주택시장은 역행(逆行)을 거듭했다. '명분'은 흡족하나 '대안'이 미흡했음을 우리는 간과해 왔다. '학습'보다 '답습'될 것이란 염려다.

수성구의 집값은 대구 제일이다.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2천만원선. 이 중 범어동은 3천만원을 예사로 넘긴다. 소위 '대마불사 인프라'를 겨눈 선(善)순환적 부동산 규제, 물론 고분양가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이 분양가 상한제란 더블 규제에 매몰됨은 차치하고서 말이다.

수요 과밀지역의 가격급등을 누르고 투기수요로 말미암은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겠다는 취지. 문제는 시장원리를 반(反)함에 쌓인 불만이 모여 불안을 초래한다는 역설이다. 국가가 적시하는 분양가 상한제에 (재개발 등) 정비 사업은 위축된다. (신규) 분양 물량은 감소한다. 건설업체의 생산동력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대출 제한과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보증 제한이라는 정부와 대구시의 칼끝이 9억원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수성구를 또 겨냥 중이다. 9억원 이하 주택에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40%를 적용하고, 9억원 초과분에 20%를 적용한다는 것인데, 정책의 원류는 전세를 업고 집을 사는 '갭 투자 제재'에 있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 등의 불안요소를 묵과한 데 있다. 보유세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사실상 차단한 정책. 이 같은 정책기조가 되레 전세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몽니로 치부할 것인가. 설상가상 악재다. '갭 메우기' 장세 탓에 대출 규제가 미비한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은 상승 중이라니. 보금자리론을 통해 4억원대 아파트라도 구입하려는 수요란 공염불이 될 공산이다. 빈틈을 메우려다 숨이 막힐 지경이란다.

안 그래도 옹벽 높던 수성구는 이제 '옹골찬 저들만의 힐즈'로 공고해질 가능성이 짙어졌다. 전세는 시나브로 옅어지고 규제의 칼날을 피한 아파트마저 오름세를 보이는 와중이라 더 그렇다. 다만 대출 없이 주택 구입이 가능한 '진짜 부자'들에 만큼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외는 실수요자들의, 혜택은 부자들의 몫일까.

자칫 '갈라파고스 규제' 로 점철되지 않도록 전향적 정책 전환의 우선 당위를 살핀다. 12년 전 정립된 고가주택의 기준을 재정립할 것, (주택을) '사려는' 것과 '살려는' 것을 '핀셋화'하는 LTV 규제의 유연성을 수반할 것, 그리고 전세대출이 막혀 월세살이로 뚫린 1주택자의 시름을 간과하지 말 것 등이다.

주택 가격 상승은 해결이 복잡할 뿐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이 부족하든지, 수요가 많든지. 정부는 주택시장을 초월적으로 직시함으로써 수요 억제, 투기 근절에 집중됨을 경계해야 한다. 돈의 물꼬는 틔우자는 것이다. 공급이 필요한 곳에는 도시재생사업 등을 활용함으로써 공급 활성화를 꾀함이 먼저다. 전방위적 수요 분산 정책 또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시쳇말로 '노른자위 땅'을 배제한 수요 분산이 난센스란 비판도 있지만 다각화된 분산 모멘텀에도 동력을 발휘할 때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에 불 놓아버리는 우매함은 경계할 필요가 명징하다. 부동산 산업은 실물경제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명분 말고 대안이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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