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가들에게 생존의 의미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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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11:54  |  수정 2020-06-03 07:54  |  발행일 2020-06-03 제21면
안민열

연말이 되면 한국 예술가들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국고지원사업이다. 정부 지자체로부터 매해 4월부터 시작하는 공연제작을 수혜받기 위해서다. 작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와 기획으로 구성된 지원사업이 진행, 국내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단체들을 위해 예산을 집행한다.


독일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점은 한국은 예술가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거의 대부분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극장 혹은 프로덕션에 예산이 편성돼 있다. 연방정부는 개인에게 수혜를 집중하는 것보다, 전문적 인력이 포진된 극장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인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국내 현장에서 체감하는 예술계의 현실은 여전히 각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편성된 사업에 비해 지원단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에, 정작 수혜를 받는 단체는 소수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예술단체가 그러하겠지만, 대부분은 비영리단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해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재정적 부담을 짊어지어야 하거나, 제작을 무산해야 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이렇게 공연을 하는 예술가 모든 주체가 국고지원사업의 수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은 여전하다. 한국 예술행정과 제도 상, 예술가가 주도해서 수익을 창출해 소득을 일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사회에 갓 발을 디딘 20~30대 예술가들의 경우는 더욱 비참하기만 하다. 그들의 존재가 곧 한국의 미래가 되는데, 현재의 방식으로는 시나브로 현장에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감은 동시대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내재된, 또한 당연시된 관습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순 없지만, 현재의 좋은 점은 남기고 문제는 서서히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로울 듯하다. 나와 같은 젊은 예술가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보다, 당장 무대에 자신들의 행위를 선보이는 데에 목적을 갖고 있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이 곧 생존의 의미가 되는 것은, 그만큼 다른 방식이나 수단이 없다는 말과 같다. 그들이 주어진 조건에서 발버둥 치도록 방치하면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고스란히 상속될 아픈 자산이 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사회 속에서 건강히, 다양히 실제했을 때 우리의 삶은 풍요를 맞을 수 있다. 예술가에게 생존은 곧 존재이므로.
안민열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상임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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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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