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고위공직자와 부동산의 연결고리를 끊자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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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0   |  발행일 2020-07-10 제22면   |  수정 2020-07-10
다주택 소유한 고위공직자
부동산정책 사적 영향 우려
정부 올바른 정책 펼치려면
백지신탁·소유상한제 도입
연결고리 차단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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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6·17대책 발표 이후 곳곳에서 부동산값이 오히려 더 상승하자 다주택을 보유한 여권 인사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강력 권고를 내렸던 노영민 비서실장은 서울 반포의 똘똘한 아파트를 남기는 대신 청주의 아파트를 매각하는 바람에 궁지에 몰렸고,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4년 사이에 보유주택의 가격이 23억원 올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어쩌면 두 사람은 무척 억울할지 모른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동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고위공직자가 자신들 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2018년 3월29일 '뉴스타파'가 정부·국회·대법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분석해 발표했는데, 공개대상 2천249명 중 30%가 넘는 778명이 다주택자였다. 특히 부동산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의 경우 고위공직자 45%가 다주택자였다.

같은 해 10월2일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고위공직자 639명의 주택보유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는데,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의 비율이 국세청 80%, 공정거래위원회 75%, 금융위원회 69%, 기획재정부 54%, 한국은행 50%, 국토교통부 34%로 드러나서 충격을 던져주었다. 세월이 2년 가까이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책이 공직자의 사적 이해에 영향을 받기 쉽고, 설사 그들이 양심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결과가 나쁜 경우에는 그것을 정책 담당자들의 사익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이야기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의 성패는 시장에 미치는 신호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해석이 퍼질 때에는 정책의 신호효과가 발휘되기 어렵다. 현재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부동산정책을 올바로 펼치려면 고위공직자와 부동산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부동산백지신탁제와 부동산소유상한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고위공직자는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을 자진매각하거나 지정된 수탁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하며, 계속 보유할 경우 보유 부동산 중 일정 가액 이상에 부과되는 초과소유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상 부동산의 관리·운용·처분 및 매각금액의 운용 등을 담당하는 수탁기관은 최고가 매각의 원칙에 따라 대상 부동산을 매각한다. 매각금액과 매각 때까지의 수익을 합한 금액이 신탁 시점의 시가 상당액에 그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그 차액을 국고로 귀속시킨다.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고위공직자로서 자진매각과 백지신탁을 선택하지 않는 자에게는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한다. 소유 부동산 가액은 대상자가 전국에 소유하는 모든 부동산을 합산해 구한다. 부담금의 비율은 공론화과정을 거쳐서 결정한다.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부동산백지신탁제와 부동산소유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그들과 부동산의 연결고리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고위공직자가 곤욕을 치르는 볼썽사나운 일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지나치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자진매각, 백지신탁, 계속 보유라는 선택지를 부여하므로 자유와 권리가 크게 제약당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희생하는 것이라곤 단 하나, 정책을 활용해 불로소득을 챙길 기회뿐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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