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감각수업] 터치의 시대…언어·감정적 접촉보다 10배 강한 힘 가진 촉감마케팅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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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4   |  발행일 2020-07-24 제37면   |  수정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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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20세기가 시청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촉각(터치)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촉각을 자극하는 효과는 생각 외로 크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도 "앞으로는 촉각을 다른 감각과 함께 활용하는 '감각 상호작용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청각을 공략하는 오디오 제품의 버튼 촉감을 연구개발한 '뱅앤올룹슨'이 바로 대표적인 '감각 상호작용 효과'의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학자가 신체 접촉은 언어나 감정적인 접촉에 비해 10배 이상의 강한 힘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어떤 연구팀이 대학 도서관의 사서가 학생들에게 책을 대출해주면서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살짝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책을 대출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사서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서는 사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상태였다. 이처럼 가벼운 신체 접촉만으로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식당에서도 손님들의 신체 일부, 즉 손이나 어깨 등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도록 가볍게 터치하는 웨이트리스가 더 많은 팁을 받는다고 한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접촉'을 가장 적게 하는 세대는 어떤 세대일까? 두말할 것 없이 50~60대 할저씨(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아닌 애매한 50~60대 남성) 세대를 꼽고 싶다. 같은 50~60대라 해도 여성은 손녀·손자를 봐준다거나 이런저런 집안일 등을 하면서 끊임없이 뭔가를 만지고 반응한다. 반면에 50~60대 남성은 촉감을 느낄 만한 것이 너무 적다. 만지는 일이 곧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감각을 살리는 일인데 50~60대 남성은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그러하다.

그래서 50~60대 남성들이 푹 빠져 사는 게 하나 있다. 터치하면 바로 반응을 보이고 내가 시키는 일에 반항하지 않고 척척 해나가는 기특한 녀석, 바로 스마트폰이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도 심각하지만 중년 남성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심각한 문제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부동산 경기의 혜택을 받은 50~60대가 많다. 최근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50~60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50~60대 남성들에게 부족한 촉감마케팅도 고민해야 한다. 즉 주 고객층이 어떤 촉감을 그리워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소수의 부유층을 상대로 하던 마케팅에서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마케팅으로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어떤 제품이건 명품이 되려면 완벽한 품질은 기본이고 모든 것이 섬세해야 한다. 촉감은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성이 크다. 개인마다 느끼는 촉감의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끊임없이 직접 만져보고 그 감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만졌을 때 그 느낌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신뢰를 얻고 애착을 갖게 할 수 있다.

전자업체나 자동차업체들도 촉감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인 벤츠나 BMW는 스위치를 작동했을 때의 느낌이 즐거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스위치 소재 선택에 신경을 쓰고 손가락 근육과 촉감을 연구하는 촉감 기술에 투자한다. 또 많은 기업이 고객과의 접점 관리를 위해 체험관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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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시각적인 부분에 취약하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결정을 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눈은 학습된 경향이 많고 심지어 착각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촉감은 경험에 의지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더욱 애착과 신뢰감을 심어주는지도 모른다.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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