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오너들의 긍정마인드

  • 임성수
  • |
  • 입력 2020-07-23   |  발행일 2020-07-23 제27면   |  수정 2020-07-23

2020072201000927900039851
임성수 경제부장

섬유산업의 쇠락, 자동차부품산업의 위기.

대구를 대표했던 산업들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 안갯속이다. 물론 이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 기업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위기 그 자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모습도 잘 보이질 않는다.

20년 넘게 대기업 유치에만 올인하며 지역 주력 산업을 키우는데 소홀했던 대구시의 책임도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오너들에게 있는 것 같다.

10년 전 섬유 기업 오너들과의 모임에서 나온 말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100을 벌면 50은 회사가, 20은 R&D(연구개발)에, 나머지 30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 이 말에 모임 참석 오너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20년 전, 30년 전 오너들의 생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10년 전 지역 섬유 관련 단체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오너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같은 단체 또는 상급단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년 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대구지역 한 중견 자동차부품 기업 오너는 "여러 가지 문제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절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부품업으로 한평생을 산 내가 장담한다"라고 했다. 이 기업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다.

2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전기차 선두 기업 테슬라의 주가는 올 들어 4배나 올랐다. 우리나라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해외 주식 또한 테슬라다. 올 상반기 투자액만 무려 4조8천억원에 달한다. 첨단 자율주행기능까지 인기를 끌면서 테슬라는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도 올랐다.

올해만 국내서 7천70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32%의 전기차 점유율을 기록하자,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주력했던 현대자동차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현대차는 내년 NE(프로젝트 명)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인다. 현대차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와도 '배터리 동맹'을 결성하고,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뿐 아니라 쌍용차까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도 전기차로 급변하는 양상이다. 불과 2년 전 "전기차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한 대구의 주력 자동차부품 기업 오너는 지금 어떤 입장일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도 사업을 확대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템으로 오히려 매출을 늘려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코로나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예측하고 철저히 준비한 것이다.

두 달 전 취재를 했던 전국 첫 차박(車泊) 소품 대여 업체 사장은 2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 여성이었다. 부모가 하는 치킨가게 손님이 줄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어느새 그녀에게 주업이 됐다. 구미는 물론 서울과 수원에까지 체인점을 낼 정도다. "차박을 하고 싶은데 감성적인 소품을 대여하는 곳이 없어 내가 소품 대여업에 직접 나서게 됐다"는 그녀처럼 대구 오너들의 마인드에도 작은 변화가 있길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제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