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판 붙자"…몸집 불리는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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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1  |  수정 2020-08-01 08:56  |  발행일 2020-08-01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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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중문화 콘텐츠 업계가 합종연횡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황 타개와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몸집과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도다. 최근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합병(M&A)함으로써 위성방송의 입지를 넓혔고, CJ ENM의 OTT 티빙은 JTBC와 합작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또 웨이브는 티빙과의 합병을 타진하는 등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OTT 공세에 생존위기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 업체들
합종연횡으로 돌파구 모색 중
티빙, JTBC와 합작법인 앞둬
SKT는 M&A 카드로 승부수

정부도 경쟁력 강화에 팔 걷어
디지털미디어 발전 방안 발표

◆연합군 출범 배경엔 위기감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 업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투자와 광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영화와 드라마 등을 제작하는 제작사,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방송사, 사정이 그나마 낫다고 여겨왔던 토종 OTT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OTT는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플레이 등이 있다. 그중 대표 격인 웨이브의 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5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46만4천579명(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 제공)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379만6천936명에 비해 8.8%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넷플릭스와 웨이브의 이용시간 격차다. 지난해 6월만 보더라도 격차는 100만 시간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1천500만 시간으로 벌어졌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도 3월 기준 272만명에 달하는 반면, 웨이브 유료 가입자 수는 200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넷플릭스가 1개 계정으로 최대 4명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용자는 600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마트폰 영상 앱 이용시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6월 기준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영상 앱 이용시간에 따르면 1위를 차지한 유튜브는 8억6천400만 시간으로 전년 동기(6억8천600만 시간) 대비 25.9% 증가해 2위 틱톡(3천300만 시간)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넷플릭스(2천900만 시간), 웨이브(1천400만 시간), 아프리카TV(1천300만 시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OTT 업계의 위기감을 통신사들도 충분히 공감한다. 발 빠르게 지상파 3사와 연합해 OTT 웨이브를 출범시킨 SK텔레콤은 최근 티빙과의 합병 카드를 던져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은 "플랫폼을 만들든 서로 콘텐츠를 교환하든,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라며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현재 콘텐츠 경쟁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지상파 3사 콘텐츠는 모두 수급하고 있지만, CJ ENM과 JTBC 콘텐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타개책으로 지난 4월 NBC유니버설과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수출을 골자로 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티빙은 8월1일 JTBC와 합작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어 당장 웨이브와의 합병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KT 계열의 유료방송 점유율이 35.47%로 높아지면서 남은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5.98%), CMB(4.58%)를 두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눈치싸움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통신사와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합작법인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드래곤, JTBC와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제휴를 맺고 있어 합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정부, 사업자 간 협력 필요성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22일 국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세계 주요 미디어 기업은 전략적 인수합병(M&A)과 콘텐츠 투자 확대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 업계는 칸막이식 규제 환경과 글로벌 미디어와의 불공정 경쟁 여건으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이번 방안이 나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에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고, 콘텐츠 수출액 134억2천만달러(약 16조2천억원)를 달성하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5개 이상 키워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에 발맞춰 웨이브는 3천억원 규모를 국내 OTT 최초로 대작 드라마에 투자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통해 2023년 말 유료가입자 500만명, 연 매출 5천억원 규모의 성장 계획을 밝혔다. 웨이브 관계자는 "OTT는 콘텐츠로 유료 가입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돼야 한다"며 "상반기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투자금을 높여 양도 늘리고 카테고리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이용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껴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단계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종합 콘텐츠 기업 카카오M 역시 2023년까지 디지털콘텐츠에만 3천억원을 투자해 240개 타이틀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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