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태를 바라보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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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1   |  발행일 2020-07-31 제22면   |  수정 2020-07-31
소송전 불사하던 군위·의성
통합신공항 원점 회귀 찰나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 합의
지역발전의 결정적 모멘텀
보다 많은 이익의 최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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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천신만고 끝에 길이 열렸다.

국방부가 정한 31일 시한부 군위군수의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유치 신청이 드디어 합의에 이른 것이다. 만일 합의가 무산돼 대구경북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9조원짜리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 것을 생각하면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하지만 군위군과 의성군이 소송전을 불사하며 철천지원수처럼 경쟁했던 모습은 만시지탄의 또 다른 한숨을 나오게 만든다.

나바호족은 애리조나, 뉴멕시코, 유타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번영하는 인디언 부족이다. 이들은 1868년 이래 보호구역에서 최초의 인디언 대학을 설립하고 광산업에도 진출하는 등 현대화의 노력도 매우 활발한 편이다. 이미 미국에서 제일가는 부자 인디언부족으로 약속받은 상태다.

사회학자 엘리슨과 루센은 나바호족과 백인들의 농구 경기를 비교하는 흥미로운 관찰을 한 바 있다. 백인들 간의 농구에서는 선수 각자의 개인적인 역량으로 스타가 되는 개인주의의 보장이 특색인 반면, 나바호 사람들은 승패에 관계없이 선수 개인의 이기주의적 행동을 철저히 규제하는 두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들이 발견됐다.

나바호 사람들은 '뛰어남을 과시하는 것과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말로써 이기적인 선수를 처벌하고 있다. 그들 역시 운동경기의 본질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동료 간의 협력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나바호 사람들은 경쟁보다는 협동을 존중하고 동료를 희생시켜 홀로 돋보이기를 단연코 거부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나바호말로 '디네', 즉 민중이라 부른다.

경쟁은 현대 산업사회의 속성이고 개인이나 기업, 지역도 이를 벗어나 살 수는 없다. 지역이나 국가의 성장과 번영은 그들이 가진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경쟁의 본질이 '다툼'에 있으나 '더불어 함'을 본질로 하는 협력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경쟁자이자 협력자와 '더불어 다툼'의 원리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배가할 수 있으며 협력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자기능력을 협력자와 함께 배양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나바호족의 문화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군위군과 의성군은 1960년대 이후 그럴듯한 산업단지 유치와 같은 경제 파급효과가 큰 정부사업 기회가 입지문제로 모두 비켜나갔고, 특히 두 지역은 주민 평균 연령이 56.5세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된 지자체인 만큼, 이번 통합신공항 유치는 발전의 결정적인 모멘텀이 되는 역사적인 과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보 단독 후보지는 불가하다는 게임의 틀이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열된 두 지역의 갈등은 보통사람들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답답함을 자아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담보하고 두 지역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그려진 이 사업은 공익성이 커질수록 보다 많은 주민의 사익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는 경제의 기본원리를 직시해야 한다. 공익성이란 100%는 아니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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