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젠트리피케이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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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4   |  발행일 2020-08-04 제27면   |  수정 2020-08-04

대구 수성구청이 수성못과 들안길을 특화된 명소로 만들기 위한 도시디자인 구축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 일환으로 대구 최대 관광자원인 수성못과 2016년 국토부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된 들안길 프롬나드를 연계해 이 일대에 예술창작촌을 포함한 문화예술벨트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수성구청은 10개의 주택·원룸 등을 매입할 계획이며 올해 초부터 매입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5년간 2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전시장·도서관 등의 복합문화시설을 구축하고 미술·음악·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입주해 활동하도록 창작공간을 만든다.

작업실 임대료 내기가 벅찬 예술인들에게 예술창작촌 조성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미술광장 등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 공간들이 있지만 대부분 외곽지에 있어 일반인과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 수성구 예술창작촌은 도심에, 그것도 유동인구가 많은 수성못과 들안길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이런 아쉬움은 해소될 듯하다.

하지만 예술인들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촌이었던 김광석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양이 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업의 첫발을 뗀 수성구 예술창작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거의 상실한 김광석거리 옆 방천시장에 작가들이 입주해 시장과 예술이 함께하는 특화된 공간을 만들었음에도 결국 급등한 임대료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수성구청은 김광석거리의 사례를 본보기 삼아 젠트리피케이션은 꼭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성구청이 예술창작촌 거점공간으로 사용할 원룸을 힘들게 매입하는 것도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유권을 자치단체가 가지고 있으면 지속해서 예술인 활동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성구청이 계획한 바를 잘 이뤄가길 바란다. 김광석거리처럼 예술촌 조성에 앞장섰던 예술인들이 허무하게 버림받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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