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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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7   |  발행일 2020-08-07 제22면   |  수정 2020-08-07
부동산 투기 생기는 원인중
낮은 보유세 부담도 지적돼
토지에 유동성 몰릴 가능성
종부세 대신해 국토보유세
기업배당처럼 세수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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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지난 4일 종합부동산세 강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3주택(조정대상지역은 2주택) 이상 소유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어났다. 종부세 강화로 집값 급등 지역에 고가의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들의 주택보유 비용은 크게 증가하므로 다주택을 보유하는 형태의 투기는 상당히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부담 증가폭이 크지 않아서 투기가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실 이번 법안 통과로 무거워진 종부세를 납부할 사람들은 극소수다. 2019년 기준으로 주택부문 종부세 납부자 수가 전 국민의 1%에 불과하고, 특히 종부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자는 전 국민의 0.4%에 지나지 않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이 3.2%에서 6%로 올라가서 다주택자 다수가 '세금폭탄'을 맞을 것 같지만, 적용 대상자는 전국에서 20명도 채 안 된다.

부동산에는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와 상가·빌딩도 있음에도 토지와 상가·빌딩은 사실상 열외였다. 온 국민의 관심이 주택에 집중되는 바람에 토지와 상가·빌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토지시장과 상가·빌딩시장에서도 얼마든지 투기 열풍이 불 수 있다. 정부가 토지와 상가·빌딩을 사실상 방치한 만큼 주택시장에서 빠져나올 유동성이 그쪽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국의 보유세 부담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가볍다. 한국은 OECD국가 중 보유세 실효세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미국은 이 비율이 1%를 넘는 반면, 한국은 0.15~0.16%에 불과하다. 거칠게 계산해서 5억원짜리 부동산에 부과되는 보유세가 미국은 500만원 이상이고, 한국은 80만원에 못 미친다는 말이다. 요즘 재미교포들이 모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보유세가 너무 가볍다고 지적하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한국의 가벼운 보유세를 의아하게 여긴다. 미국에서는 이용할 생각이 없이 주택을 여러 채 사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거운 보유세 부담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투기가 일어나는 배경에는 보유세 부담이 낮다는 사정이 존재한다. 투기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보유세 부담을 미국의 절반 정도로라도 강화해야 하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부동산 소유자들의 보유세 조세저항은 심하기로 유명하다. 비유하자면 절벽 건너편에 낙원이 보이는데, 그쪽으로 건너갈 다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종부세 과세대상이 극소수로 좁혀진 것도, 문재인정부가 '핀셋증세' 방식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려고 한 것도 모두 조세저항을 염려해서다.

그럼 건너갈 길이 없으니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를 부과하고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씩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방법이 있다. 토지는 모든 국민의 공유부(common wealth)라는 성질을 갖고 있어 거기서 걷는 세수를 똑같이 나누는 것은 정당하다. 이는 주주들에게 기업이윤을 배당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보다 우수하다. 모든 토지소유자에게 과세하고, 건물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해 주택, 나대지, 상가·빌딩을 따로 과세하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토보유세를 걷어 기본소득으로 나눠줄 때 전체 가구의 94%가 혜택을 입는다는 추계가 나와 있다. 가야 할 지점이 보이고 건너갈 길이 드러났는데,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지도자의 용기와 국민의 지지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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