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 곪아야 터진다.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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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  발행일 2020-08-12 제26면   |  수정 2020-08-12
민주당, '겸손모드'에도 '독주'
부동산법 다음 과제는 공수처
정권 주구 역, 민심이반 자초
어설픈 야당 견제, '부패' 지연
선거 앞두고 전향적 사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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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식 서울본부 취재부장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실패와 자멸은 역사적으로 숱한 사례를 남기고 있다. 공화정에서 황제의 길을 획책하다 암살당한 카이사르에서부터 쿠데타로 무너진 근현대사의 독재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치 권력은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경계를 하지만, 막상 그런 위치에 들어서면 함정을 피해가기 어려운 모양이다.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거론하며 '겸손 모드'를 강조했지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자 어김없이 '독주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휘청거리자 뒤늦게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부동산 입법은 시간이 없고 급해서 그렇게 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서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정권이 명운을 걸다시피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 다음 과제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를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뿌리는 하나로 귀결된다. '권력 견제'의 문제다. 민주당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통합당은 문재인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을 무력화하는 데에 악용될 것이라며 공수처 반대론을 펴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이 친정부 검사들로 포위돼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상태에서 야당 주장이 그대로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통합당 시각에서 윤석열 검찰은 정권의 전횡을 제어하는 껄끄러운 존재로 인식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야 주장은 본인들 이념적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을 뿐, 이른바 과학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현실로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머니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성별을 놓고 다투는 것과 마찬가지다.

'탈원전정책'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시동이 걸려 노후원전 조기폐쇄,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등으로 구체화하면서 3년째 본궤도를 달리고 있다. '탈원전'도 입법을 요하는 사안이었다면, 국회에서 계류돼 여야 공방 차원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국민은 '탈원전'에 관한 한, 민생에 미치는 정책 결과를 근거로 투표로 심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통합당 주장대로라면 여권은 윤석열 총장을 내년 7월 임기만료 전에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축출하려 덤빌 것이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 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온 국민의 시선이 공수처의 정체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실제로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의 주구(走狗)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정권의 '자살골'로 이어질 것이다.

'곪아야 터진다'는 말이 있다. 원래는 종기를 두고 한 말이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과 '자살골' 내지는 '민심이반' 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역량에 한계가 있는 야당이 나름 견제를 한답시고 소금을 뿌려대면 곪지도, 터지지도 못한다. '발목잡기'라는 인상만 남겨 총선 참패의 전철을 되밟을 수도 있다. 내년 4월 재·보선과 내후년 대선을 고려해 야당으로선 전향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4~5년 주기로 어김없이 돌아오는 선거는 전(前)정부 정책의 '대못'이 바닥에 닿기 전에 국민 심판을 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권혁식 서울본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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