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통합신공항의 '정치적 자산'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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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3   |  발행일 2020-08-13 제27면   |  수정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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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2014년 1월17일의 '일'이다. 김범일 당시 대구시장이 전격적으로 '6·4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시장의 불출마를 놓고 말이 많았다. 대구 정치권에서 자신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자 전략적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었고, '대구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저런 말들 속에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도 있었다. 도시철도 3호선은 김 시장이 추진한 사업이었다. 국내 첫 '모노레일' 방식의 도시철도 3호선은 2009년 7월 첫 삽을 떴고, 2015년 4월에 개통됐다. 도시철도 3호선이 건설되는 6년 동안 비판여론이 쏟아졌다. 필요없는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느니, 도심의 흉물이 될 것이라니 등의 비난이었다. 심지어 대구 공직사회에서도 도시철도 3호선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팽배했다. 김 시장이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모를 리 없다. 실제 김 시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일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불필요한 비판여론이 나올 때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도시철도 3호선이 운영된 지 5년이넘었다. 이제 도시철도 3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오히려 대구의 '발'로 굳건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김 시장에 대한 공격은 부당했다. 대구로선 '괜찮은' 정치적 자산을 잃은 셈이다. 새삼 도시철도 3호선과 김범일 시장을 꺼내든 것은 대구경북에서 또다시 비슷한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구경북은 변화의 길목에 있다. 대구경북의 '지도'를 바꾸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통합신공항이 주목을 받고 있다.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는 군위와 의성이 포함된 공동후보지로 결정이 났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해냈다.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을 위해 많은 사람이 뛰었고, 그 중심엔 누가 뭐래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있다. 권 시장과 이 도지사는 군위군수 설득을 위해 막판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 도지사는 군위에 캠프를 차렸고, 권 시장은 군위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권 시장과 이 도지사가 '전장(戰場)'을 누빌 때 한편에서 '엉뚱한 기류'가 형성됐다. 통합신공항 후보지를 재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해 못할 주장은 아니었다. 공동후보지에 대한 군위의 반대가 워낙 강해 '합의 실패'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대구 공직사회가 부정적이었다. 그 바탕에는 군위·의성 공동후보지가 군위 단독후보지보다 대구에서 좀 더 멀다는 불만도 깔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공동후보지 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통합신공항 사업이 실패했다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도시철도 3호선의 흐름과 비슷하지 않은가. 김범일 전 시장처럼 권 시장을 흔들어대는 꼴이다.

코로나19 유행 때도 그랬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 게 마치 권 시장의 책임인 것처럼 안팎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가해망상'이라는 소리를 듣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권 시장과 이 도지사를 '억지 비판'했을 때도 내부의 목소리는 작았다. 대구와 경북이 코로나19 유행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을 생각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무조건 칭찬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내 식구 철학'이 대구경북에 퍼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대구경북에서 '정치적 자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그게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대구경북 단체장이나 정치인들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밖에 나가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법이다.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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