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텅빈 거리'의 공포…사회적 약자부터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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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  발행일 2020-09-01 제27면   |  수정 2020-09-01

다시 거리가 텅 비고 있다. 식당도 지하철도 거리의 풍경도 갑자기 변했다.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를 시작하면서, 대구는 사랑의교회 집단 감염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리에는 공포의 표정이 완연하다. 감염의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단절과 격리로 사회적 기능이 중지되면서 경제 및 생업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집단감염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영남일보 취재진이 기록한 대구 동촌유원지의 휴일(30일) 표정은 적막했다.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 주인은 취재진조차 꺼렸다. 평소 휴일 점심시간이면 식당과 카페를 찾아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달랐다. 유원지가 통째로 텅 비었다.

단절은 소비절벽을 낳는다. 지난달 30일 전국 60여만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의 한 지표가 의미 있다.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8월 셋째 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매출 지수가 0.85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매출의 85%에 그쳤다는 의미다. 1차 확산이 정점을 이뤘던 4월6~12일(0.84) 수준이다. 지난 1월부터 8월23일까지 유급휴업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조치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7만7천여 곳. 지난해의 51배다. 이달부터 차례로 지원이 끊긴다. 영세 중소기업에서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심히 우려된다. '코백(코로나 백수)' 현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 역시 채용에 보수적이다. 물론 소상공인, 자영업자, 실직자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타격이 가장 크다. 코로나 공포는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찾아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2.5단계 상황에서도 이렇다. 상황이 더 나빠져 사회·경제적 '봉쇄'에 가까운 3단계로 격상되면 어떻게 될까. 경제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거라고 한다. 경기 진작책으로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역량을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해 3단계 이행을 피하는 게 '최선의 경제 대책'이다. 정부·의료계·교회가 서로 다투며 책임을 미루고 있을 상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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