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추미애 낙마하면 공수처 날아간다?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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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8   |  발행일 2020-09-18 제23면   |  수정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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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대정부 질의 나흘 동안 국회는 오직 '추미애'에 매달렸다. '장관 아들 휴가 특혜' 공방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삼켰다. 경제·코로나19의 엄중한 위기도 관심 밖이었다.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지지리도 못난 국회 모습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국정현안의 전도(顚倒), 이런 게 진짜 추미애 리스크다.

법무부 장관 사퇴에 대한 '동의'(49%), '부동의'(45.8%) 여론이 팽팽하다.(리얼미터 15일) 시중에 떠도는 말이 있다. '추미애 잘 하고 있다.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한다. 진보진영의 격려성 발언? 아니다. 야당 지지자 사이 우스갯말이다. '추미애 덕'에 일년전 조국사태 때 달콤했던 지지율 상승랠리를 재연하고 싶은 거다. 그러나 민심 이반 조짐은 아직 없다. 조국과 추미애. 모두 '불공정'이란 시대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런데 여론의 반응이 다르다. 왜일까. 우선 진보 쪽 대응이 예전과 딴판이다. 이번에도 (보수가)'추미애,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진보도 '그래,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맞장구친다. '추미애 지키겠다'는 각오다. 당내 이견도 쑥 들어갔다. 시중의 진보 장삼이사도 비슷하다. 이번엔 해볼 만하다는 거다. 어떻게? 팩트에서 승산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야당의 의혹제기 모두 지록위마의 거짓말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공세로 엄청난 권력형 비리처럼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진보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는 걸까. 자신 있다면 왜 막말 나오나. 본질보다 막말이 자충수 되고 있다. 물러설 곳 없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추미애 논란'도 실은 징검다리다. 목적지가 아니다. 말하자면, 목적지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이다. 지키려는 자와 열려는 자, 마지막 외나무다리 승부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공수처'의 문이 열린다. 그게 '추미애 아들 휴가 특혜' 논란의 본질이다. 민주당이 추미애 엄호하며 입 모아 '검찰개혁'을 외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공수처의 시간'이 왔다. 진보의 숙원인 검찰개혁의 종착지. 집은 지었지만 입주를 못하고 있다. 공수처만 해결하면 법사위원장이고 뭐고 야당에 다 줄 태세다. 여당의 시계는 그때 비로소 협치의 출발을 알릴 것이다. 그 전엔 어림 없다. 추미애 낙마하면 공수처 날아간다? 틀리지 않는다. 검찰개혁도 날아간다. '추미애 낙마→공수처 물거품→검찰개혁 좌초→문 정부 레임덕'은 한 바구니 속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있다. 이 싸움판엔 정치세력만 올라온 게 아니다. 유수의 재벌과 그들의 언론, 그리고 일부 국가기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여권이 그걸 심각히 본 듯하다. 유독 목숨 건 것처럼 덤비는 한 언론을 주목한다. 그런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의 아들 문제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이 생겼겠나'는 여당의 불만은 일면 타당하다. 의혹의 실체는 검찰 수사가 밝힐 것이다. 어려운 수사도 아니다. 압수수색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니 사건의 실체에 거의 다가선 듯하다. 문제가 드러나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안은 딱 그 수준이다. 과하게 정치 쟁점화해 질질 끄는 건 비루한 정치다.

이제 국회는 할 일을 하면 된다. 변죽 울리지 말고 본질적 사안을 놓고 당당히 맞설 시간이다. 공수처. 야당이 피한다고 언제까지 도망 다닐 사안 아니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더라도, 어떠한 무리수를 두더라도, 여당은 공수처 가동을 강행할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정 때처럼. 여차하면 범여 190석 완력을 쓸 것이다. 또 속수무책 당할 텐가. 아니면 논의에 참여해 실리를 챙길 것인가. 손익계산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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