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진영 안의 '공정'

  • 송국건
  • |
  • 입력 2020-09-21   |  발행일 2020-09-21 제26면   |  수정 2020-09-21
청년들 앞 '공정' 강조한 文
조국과 추미애는 공정한가
'집권하면 특권 누리자'란
뜻이면 이해가 가능하지만
불공정에 희생된 청년은?

2020092001000731600028811
서울본부장

'공정(公正)'.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역대 정권은 모두 '공정사회'를 실현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대통령 일가부터 불공정하게 이권에 개입한 사례가 많았다. 권력 주변에 기생했던 사람들도 앞다퉈 특권을 누렸다.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기폭제도 최순실을 비롯한 특권세력이 누린 불공정이었다. 말 타는 딸이 대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기까지 서민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기회의 불평등, 과정의 불공정, 결과의 불의가 국민을 분노시켰다. 그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딛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은 여전히 공정사회를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제1회 청년의날 기념사에서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했다. 채용, 교육, 병역, 사회, 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체감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연설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회나 입에 올렸다. 취임사에선 '과정의 공정'을 강조했는데 이번엔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점이 약간의 차이다.

문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에 비판이 쏟아진다. 조국씨 자녀들의 특혜 입시 혐의, 인천국제공항 사태, 최근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의혹으로 문재인정권의 불공정 논란이 한창인데 마음이 상한 청년들 앞에서 뜬금없는 소리를 한 듯 들리는 까닭이다. 야당 역할을 혼자 하다시피 비평을 쏟아내는 미학자 진중권도 그냥 있지 않았다.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이란 이런 거다. '아빠 찬스가 있으면 공평하게 엄마 찬스도 있어야 한다'" "어이가 없다. 조국, 추미애 사태 이후 '공정'을 말하다니 어디 딴 세상에 사시는 듯. 그새 공정의 정의가 바뀐 거다."

진중권의 말 가운데 귀에 확 들어오는 건 '공정의 정의가 바뀌었다'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와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강조한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 중에서 '올바름'은 버리고, '공평'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해석하면 이해가 가능하다. "왜 산업화 시대를 주도한 사람들만 특권을 누리느냐, 왜 민주화 시대를 이끈 세력은 불공평한 기회나 과정을 거쳐야 하느냐, 서로 공평하게 하자. 과거에 보수가 혜택을 보는 특권의 차별이 있었으니, 지금 진보가 누리면 공평해지는 거다."

억지 논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도 인국공 사태를 거론하며 한 말이지만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이인 진보 진영의 지인에게 '왜 조국을 감싸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도 그랬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차별 받았지 않았느냐. 이제 서로 공평해야지."

청년의 날 기념식엔 방탄소년단도 참석해 청년을 대표해 연설했다. 그 행사 기획을 맡은 탁현민은 "2020년 나는 어떤 공정으로 인해 어떤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고민스러웠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탁현민의 지인들이 만든 업체가 정부 홍보대행을 도맡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서울본부장

오피니언인기뉴스


  • 영남일보TV

    더보기

    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