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 국제화로 '고립'을 벗어나야 한다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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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6   |  발행일 2020-10-26 제27면   |  수정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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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객원논설위원

일반화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만 대구시민 상당수는 지금 심한 정치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에 젖어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와 감정이 오래가면 개인이나 도시 이미지를 위해서 좋은 일은 아니다. 최근 서울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구가 하루빨리 국제적인 도시 이미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미래 세대들이 대구를 매력적인 도시로 생각하고, 이곳에 둥지를 틀도록 하려면 다양성과 개방성이 풍부한 국제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화라는 것을 거대담론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을 하고 통합신공항을 건설해 하늘길을 열어야만 국제적인 도시가 되는 게 아니다. 대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충분히 세계 속의 한 도시임을 실감했다. 여당중진이 대구를 고립화시키기 위해 '대구봉쇄'를 입에 담았을 때 대구시민들은 분노로 상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발적 격리를 하면서 대구봉쇄를 거론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외신들은 당시 대구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하고도 침착한 대응, 그리고 대구시의 대응에 감동하고 놀라 전 세계에 이 소식을 전했다.

대구시가 최근 '코로나19 환자관리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내용이 이 지역 일부 언론에만 보도된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이 책자는 어느 날 갑자기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신종 감염병 대유행을 겪은 대구시가 두 달도 안 돼 대재앙을 극복한 노하우를 하나하나 기록한 매뉴얼이다. 김재동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대구는 코로나 집단발생 상황을 가장 먼저 경험한 지역이다. 안타까웠던 당시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해 환자관리용 '대구형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대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양한 세계 최초를 만들어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천지 교인에 대한 빠른 격리와 전수조사, 칠곡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의 드라이브 스루 운영, 대규모 이동검진을 통한 진단검사, 민간병원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의 전환, 선진적인 생활치료센터 운영, 의료진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봉사 등은 세계 어느 도시도 흉내 낼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이러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선진적인 대응체계로 대구는 외신과도 많이 가까워졌다. 영국BBC 서울특파원인 로라 비커는 영남대병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대구에 있는 의사들이 보내준 놀라운 사진"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대구는 민주적 사회의 본보기"라고 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대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문을 자제하며 코로나 사태를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많은 외신이 대구의 놀라운 지혜와 의료진의 헌신, 우수한 감염병 대응시스템을 앞다퉈 보도했다.

'코로나19 환자관리 시스템'이라는 책자 발간은 외신기자들도 충분히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세계 각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비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외신기자들이 대부분 서울에 상주하고 있지만 대구라고 해서 외신 기자들을 접촉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구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3월 외신기자들의 대구시장 인터뷰 요청 때문에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국제화라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 보자는 제언이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감정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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