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야상(Field Jacket)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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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6   |  발행일 2020-11-06 제37면   |  수정 2020-11-06
군복서 영감받은 거칠고 투박한 매력…원피스와 매치하면 여성미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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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제 진짜 겨울이 시작되었다. 지난 봄여름과 가을을 코로나19와 함께 보내며 옷장 속에는 한 번도 입지 못한 채 걸려있는 멋진 옷들과 근사한 신발, 가방들이 임무 수행 한번 해보지 못한 채 긴 휴가를 받고 이제는 겨울잠을 자야할 처지다. 올해 패션계는 스트리트 캐주얼의 강세와 시즌리스라는 메가 트렌드에 코로나로 인한 집콕 라이프의 정착, 재택근무의 확산 등으로 온라인 마케팅의 확대, 시즌별 기획, T.P.O별 디자인기획의 파괴와 같은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맞이하는 이번 F/W패션은 팬데믹으로 팍팍해진 환경만큼이나 스페셜 데이에 입는 옷보다는 데일리 웨어로 자유롭고 폭넓게 입을 수 있는 야상(Field Jacket) 패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지난 몇 년 동안 겨울 패션계를 휩쓸었던 캐시미어와 구스다운, 모피와 같은 화려하고 럭셔리한 겨울패션은 이제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소비 위축이 심화된 가운데 완전히 밀려나며 그 자리를 '야상'이 차지해 그 어느 때보다 '패션 가치'를 발할 것 같다.

야상은 군복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밀리터리 룩으로 원래 기본 전투복 위에 걸쳐 입는 일종의 군용 상의이다. 야상은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매력으로 유행을 초월해서 확실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올겨울 야상은 특유의 편안한 디자인과 릴렉스한 스타일리시함에 코로나 시대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특별한 소재의 기능성을 장착한 아우터들도 출시됨으로써 새로운 활용을 추구하는 패션 수요를 이끌고 있다. 또한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2~3계절을 두루두루 입어낼 수 있는 시즌리스 스타일, 입기 편하며 관리가 용이하고 심지어 바이러스에 안전한 옷들도 출시됨으로써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탄탄한 내구성에 보온·방풍 등 기능
견장·와펜 등 매치해서 장식성까지

올해 야상 안 내피 '깔깔이'도 유행
세균차단 야상 출시한 브랜드까지

길이·품·무늬 따라 다양한 분위기
셔츠에 데님 갖춰 세미 클래식 룩
꽃무늬 셔링스커트로 로맨틱 무드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야상을 입었던 청춘은 가고, 이제는 젊은 세대의 유니크한 멋으로 야상이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전쟁이 준 선물과 패션이 만드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야상은 '야전상의'의 준말로 이와 유사한 디자인의 점퍼를 말한다. 야전상의의 공식명칭은 '필드재킷'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상은 미국 육군에서 2차 세계대전 중 동절기 군인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하며 착용이 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야상이었던 M-43 스타일과 베트남 전쟁 시 착용한 M-65 스타일은 야상계의 고전으로 현대 야상 패션디자인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

군복이 민간에서 입게 된 시초는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68혁명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미국의 베트남전 침공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반전운동과 이를 통한 사회변혁을 시도하며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군복을 시위 패션으로 차별화해 입음으로써 부당한 시대에 저항하고 기성세대에 분노하는 강력한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후 60~70년대 대학생을 중심으로 야상에 군화를 신는 것은 사회적 인식과 참여의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로 인식되며 크게 유행하며 전 세계적 패션으로 점차 정착하였다.

패션으로서의 야상은 투박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면으로 만들어야 멋이 살아나고, 주름 없이 깔끔하고 매끈하면 오히려 빈티지 감성이 사라져 자연스러운 멋이 덜하다. 여기에 탄탄한 내구성과 보온성, 방풍성, 방수성과 같은 기능성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이다. 야상은 품을 조절할 수 있도록 넉넉하며 앞 중심에 메탈 지퍼가 달려 있다. 색채는 카키 컬러가 대표적이며, 탈착이 가능한 후드(Detachable Hoodie), 큰 아코디언 주머니, 어깨 견장, 소매 조절 탭 버튼, 허리 핏을 조절할 수 있는 스트링, 밀리터리 이미지의 다양한 와펜 장식 등을 부착해 실용성과 장식성도 겸비하고 있다. 몸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기장과 왠만한 겉옷을 입고도 그 위에 거뜬히 입어낼 수 있는 루즈 핏에 다양한 레이어드가 가능한 오버사이즈로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매칭이 가능하고, 언제 어디서라도 편안하게 활용도 만점으로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패션 트렌드에서는 기존의 야상 뿐 아니라 야상 안에 입는 상의 내피인 일명 '깔깔이'도 야상보다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기획되어 유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야상을 출시한 패션브랜드는 '버커루'로 손이 자주 닿는 포켓 안감에 세균 차단 기능인 에이지온(agion: 미생물을 살균 억제해 각종 유해 환경 차단하거나 억제)가공을 부가하고, '연중 300일 동안 입을 수 있는 야상 점퍼'를 출시하며 코로나 시대의 건강과 안전, 시즌리스에 부응하는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야상은 길이와 품, 무늬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한데, 티셔츠에 청바지, 워커나 스니커즈를 조합하면 가장 쉽게 입을 수 있는 룩이며, 정장 위에 아우터로 입거나, 셔츠에 데님이나 팬츠를 조합해서 캐주얼한 세미 클래식 룩으로 입어도 좋다. 상의와 비슷한 기장감의 시폰 꽃무늬 셔링 스커트나 여리여리한 러블리 원피스와 함께 코디하면 로맨틱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롱한 길이감과 오버핏 실루엣 야상은 스트링으로 품 조절을 해 활용 가능하며, 데님 팬츠나 레깅스, 부츠를 함께 하면 포스가 강렬하며 여성적이면서 동시에 중성적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엔 야상형 구스다운 재킷이나 야상의 내피 라이너를 털이나 퀼팅으로 부착함으로써 보온성을 높여 한겨울에도 야상을 즐길 수 있다. 크롭형 짧은 야상도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밑단에 스트링을 조여주고 원피스와 매치하면 섹시하면서도 여성미를 부각시키기에 그만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늦가을은 마음이 분주해진다. 다가올 긴 겨울의 추위를 준비해야 할 든든한 야상과 꽁꽁 언 두 손을 녹여줄 따뜻한 손난로로 마음 따뜻한 준비를 시작해보자.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참고문헌
△https://www.pinterest.co.kr △https://namu.wiki/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https://cafe.naver.com/casuallydressed/287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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