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한국원자력고' 학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이영란
  • |
  • 입력 2020-11-17   |  발행일 2020-11-17 제30면   |  수정 2020-11-17
전세계 원전 르네상스에도
탈원전부터 선언한 文정부
하루아침에 뒤집힌 정책에
원자력마이스터高 '날벼락'
4차산업 대비 재점검 필요
lyr.jpg
이영란 논설위원
얼마 전 만난 대구지역 한 원로인사는 '어른'들이 미래세대에게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지 반성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라도 세상에 나서는 것을 더 줄여야겠다고 했다. 스스로 근신하겠다는 의미다. 느닷없는 그의 반성문을 받아들고 보니 연말을 목전에 둔 2020년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이 하나둘 되살아나 가슴이 저민다.

코로나 막아보겠다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다가 폐렴에 걸린 고등학생은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해 영문도 모른 채 '엄마 나 많이 아프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격리병상에서 혼자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아홉 살 초등학생은 계모 학대에 여행가방 속에 갇혀 있다 질식해 숨졌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는 라면을 끓여 먹다 크게 화상을 입었다. 제발 쾌차하기를 맘속 깊이 빌었지만 동생은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주거의 문제는 또 어떠한가. 치솟는 집값에 청년들을 '영끌'하게 만든 부동산 정책…. 문재인정권 5년 만에 무려 410조 원이 넘는 새 빚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게 된다.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빚 폭탄'을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얼굴 들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다. 관련 공무원들이 국가 기간 인프라인 원전의 경제성을 조작해 일찍 폐쇄하는 바람에 수천억 원의 국고 손실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부는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파일 삭제와 자료 제출 누락 등 조직적 증거 인멸과 감사방해 행위도 저질렀다. 감사자료와 야당 등의 고발에 따라 이 사건은 이제 검찰 수사의 몫으로 넘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재인정부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덜컥 '탈원전'부터 선언한 것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날벼락의 불똥은 농어촌인 울진군 평해읍에 있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도 맞았다. 한 나라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순식간에 뒤집혀도 되는지 울분을 토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2050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설명은 없다. 그 때문인지 여당 내에서도 "실제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전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소리가 나온다. 사실 전 세계는 지금 '원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먼저 탈원전을 했던 독일에서는 실패작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넘친다. 중국은 원전을 계속 증설해 2030년까지 44기를 가동하겠다고 얘기한다. 러시아는 24기, 인도는 14기다. 우리만 유일하게 안전적인 원전 기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이라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환경이 지구촌의 최대 난제로 간주되고 있다.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한 4차 산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원자력 생태계를 되살려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은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24시간 연속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라고 규정한 뒤 비용은 적게 들고 효율적인 차세대 소형원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오기를 내려놓고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을 재점검하길 기대한다.
이영란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