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포항~경주 삼치 루어낚시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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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4   |  발행일 2020-12-04 제37면   |  수정 2020-12-04
시속 80㎞ '바다의 치타'…던질 때마다 묵직한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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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에서 가장 굵은 삼치를 낚은 남상균씨. 미터급까지는 아니지만 90㎝는 족히 돼 보이는 대삼치다.

시속 80㎞ 속도로 헤엄치며 먹이 사냥을 하는 '바다의 치타' 삼치. 지난여름부터 이어진 삼치 루어낚시는 11월 초가 절정이다. 특히 경북 포항의 신항만 뜬 방파제부터 남쪽의 경주 읍천 앞바다까지 연결되는 동해남부 해상은 올해 삼치 루어낚시의 핫 포인트로 떠올랐다. 4~5년 전부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한 선상 삼치 루어낚시는 이제 미터급 씨알을 노리는, 이른바 '대삼치 낚시'라는 새로운 장르로 정착되고 있다. 이런 대삼치 루어낚시의 주 출조항이 바로 포항의 신항만과 경주의 읍천.

대삼치 포인트는 수심 40m 전후
최근 포항보다 경주서 자주 출현
수평선 '보일링' 보면 크기 짐작

계획했던 미터급 구경 못했지만
50~60㎝ 중삼치 경쟁하듯 올라와
시즌 절정…12월까지 '황금어장'



◆아주 특별한 만남

나는 지난 11월7일 포항 신항만에서 김현석 프로(엔에스 프로스태프)와 함께 대성호(선장 김대성)에 올랐다.

"김 선장이 삼치 어군을 잘 읽습니다. 수평선에 끓어오르는 보일(boil)로도 그게 대삼치 떼인지 중삼치 떼인지 금방 알아 봐요."

김 프로가 나에게 김 선장을 소개한다. 포항 신항만에서 출조하는 낚싯배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종일 삼치 낚시를 하는 배가 대성호란다. 다른 배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하루 두 번 출조한다는 것. 즉, 대성호는 포항 일대뿐 아니라 경주 읍천항 일대까지 아주 넓은 포인트를 거의 매일 섭렵한다.

이날은 김 프로가 속한 낚시동호회 '팀빙(TEAM BING)' 회원 9명이 독배를 빌려 모처럼 삼치 루어낚시를 나선 날이다. 여기에 '보트 걸, 지깅 걸'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최운정 프로가 게스트로 합류했다.

"얼음 빙어낚시를 즐기던 꾼들이 만나서 만든 모임입니다. 회원들 모두 다양한 낚시를 즐기죠. 특히 바다루어낚시를 좋아합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온 장용민씨가 팀빙을 소개한다. 한겨울 얼음판 위에서 빙어낚시를 하던 꾼들이 만나 인연을 쌓고, 그 인연이 '소속'으로 연결됐다는 거다. 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서로 다양한 낚시를 하다가 얼음판이 열리는 겨울 시즌이면 빙어낚시를 즐긴다.

그러고 보니 이날 대성호에 오른 팀빙 회원들의 주소지가 거의 경기 및 강원권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꾼이 있는가 하면 서울과 가평에서 온 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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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프로가 씨알 좋은 삼치를 갑판 위로 올리고 있다.

◆80~100g 메탈지그로 마릿수 타작

이렇게 각지에서 모인 팀빙 회원들을 실은 대성호는 오전 6시10분쯤 신항만에서 출항했다.

'곧 포인트에 도착하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대성호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바다 위를 계속 달린다. 신항만을 출항해서 호미곶을 돌아 남쪽으로 키를 잡는다. 오른쪽으로 구룡포항이 보인 후에도 1시간여를 더 달린다. 그렇게 2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경주 양포항과 감포항의 중간 지점. 서쪽 멀리 연동방파제(경주시 감포읍 오류리)가 보인다.

"최근에는 포항권보다 경주권에서 대삼치가 자주 비칩니다. 오전 피딩 타임에 맞춰 왔는데, 일단 여기서 시작해 보죠."

김 선장이 스타트 신호를 보낸다.

뱃머리에서 바로 입질이 들어온다. 그러나 올라오는 건 까치복.

"복어가 나온다는 건 수온이 낮다는 뜻인데…"

김 프로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결론적으로 김 프로의 우려는 이날 현실이 됐다. 기대했던 미터급 대삼치는 끝내 낚이지 않았다. 대신 50~60㎝급 중삼치만큼은 '타작'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마릿수 대박이 터졌다. 오후 4시 양포항 앞바다에서 마지막 소나기 입질에 꾼들이 지칠 즈음, 회원들의 대형 아이스박스에는 더 이상 채워 넣을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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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오른쪽 둘째) 프로를 비롯한 4명의 꾼들이 뱃머리에서 삼치를 노리고 있다.

◆갈매기가 수면에 꽂힌다

80g짜리 메탈지그를 주력으로 사용한 김 프로는 뱃머리에서 쉴 새 없이 입질을 받았다. 25~30m 수심층에서 잦은 바이트가 있었고, 40m 전후 수심층에서 낚이는 삼치의 씨알이 그나마 굵었다.

미터급 씨알이 나오지 않자 김대성 선장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낚싯대 걷으세요. 이동합니다."

대성호는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좀 더 내려간다. 오전 10시쯤 도착한 곳은 감포 앞바다.

"바닥 수심은 58m, 22m 층에 어군이 찍히고요, 43m 층에도 어군이 보입니다. 깊은 수심층에 보이는 어군이 크네요."

김 선장의 안내를 받은 김현석 프로는 채비를 좀 더 밑으로 내린다.

"히트~!"

이번에는 낚싯대가 제법 크게 휜다. 찌익~ 찍~. 드랙을 차고 나가는 소리까지 들린다. 두어 번 낚싯대 위치를 옮기며 파이팅하던 김 프로는 이윽고 수면에 삼치를 띄워 올린다. 곧이어 하늘로 날아오른 어체가 갑판 위에 툭 떨어진다. 파닥, 파다닥~. 갑판 위에서 몸부림치는 놈은 70㎝ 정도 돼 보이는 삼치. 대삼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낚이는 씨알이 점점 굵어지고 있다. 이후 옆에 있던 장용민씨가 비슷한 씨알의 삼치를 걸어 내고, 곧이어 박진한씨도 쌍둥이 삼치를 낚아 올린다.

"대성아, 저기 저기로!"

이때 김 프로가 손을 들어 왼쪽 수평선을 가리킨다. 바로 시동을 건 김 선장이 배를 몰아간다. 김 프로가 가리킨 곳을 보니 검은 갈매기 무리가 수면으로 내리꽂히고 있다. 멸치 혹은 그 비슷한 베이트 피시 떼가 몰려있다는 뜻. 핑~핑~. 꾼들의 메탈지그가 하늘을 가른다.

"히트, 김 선장!"

선미에서 선장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경주꾼 남상균씨가 수면으로 거꾸러지는 낚싯대를 붙들고 힘겹게 버티고 있다. 찌이익, 찌익~.

릴의 드랙이 역회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굵은 씨알의 삼치가 입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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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12월까지 안정적 마릿수 행진 전망

선미의 왼쪽에서 히트한 남씨는 왼손으로 낚싯대를 버티고 오른손으로 힘겹게 릴을 감는다. 오른쪽으로 째고 달아나는 삼치를 따라 선미 오른쪽으로 이동한 남씨. 쇼크리드 매듭이 보이고, 이윽고 수면에 허연 어체가 떠오른다. 쉭, 퍽~. 옆에서 준비하고 있던 김 선장의 손에서 빠져나간 작살이 녀석의 아가미 아래를 정확히 관통한다. 그렇게 끌어 올린 건 이날 최고의 씨알. 미터급까지는 아니지만 90㎝는 족히 돼 보이는 대삼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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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프로의 채비△로드: 엔에스 보카 S 라이트 파핑 S804△릴: 4,500번 스피닝△원줄: 합사 2호△쇼크리더: 나일론 40Lb△메탈지그: 80~100g

한껏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낚이는 씨알은 '도돌이표'였다. 양포 앞바다에서 폭풍 같은 입질이 쏟아졌지만 낚이는 씨알은 죄다 60㎝ 전후급. 꾼들은 이제 낚아낸 자신들의 삼치를 손질하기에 바쁘다. 대가리와 꼬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삼치가 차곡차곡 아이스박스에 쌓여갔다.

포항~경주권 선상 삼치 루어낚시 시즌은 11월 말, 길면 12월까지 이어진다. 포항 신항만의 대성호는 매일 오전 6시 출항한다. 선비는 평일 9만원, 주말 10만원.
출조 문의 : 포항 신항만 대성호 010-4411-8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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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손질한 삼치가 쿨러 안에 가득 쌓였다.

살 오른 삼치, 어떻게 먹을까
유자소스 발라서 구으면 별미
잘 숙성시킨 회, 감칠맛 끝내줘

가을~겨울에는 반드시 삼치 맛을 봐야 한다. 삼치에 지방이 가장 많이 오르는 계절이 가을~겨울이기 때문이다. 삼치를 맛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구이다. 일반적인 소금구이도 맛있지만 유자 소스, 된장 소스, 데리야끼 소스를 바른 구이도 좋다. 카레와 함께 잘 끓여 토르티야에 싸 먹는 삼치 브리또도 맛있다. 삼치는 회로 먹어도 맛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흰살생선인 삼치는 그 살이 무르고, 잡히는 즉시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 회 맛을 보기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낚시터 현장에서 바로 회를 뜨는 것이지만 잘 숙성한 삼치회는 그 감칠맛이 아주 특별하다. 이런 삼치 숙성회는 전남 여수의 삼치 전문 식당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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