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신문의 날, 다시 지역신문을 생각한다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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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8   |  발행일 2021-04-08 제23면   |  수정 2021-04-0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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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4월7일은 신문의 날.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려 국민의 관심은 선거에 집중됐다. 하지만 필자처럼 신문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신문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날이다. 포털과 SNS의 파급력, 이로 인한 1인 미디어 시대. 요즘 언론 환경이다. 이는 곧 종이신문의 위기를 의미한다. 젊은 층은 아예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 2019년 늦가을, 필자가 어느 대학에 특강 갔을 때 눈으로 확인했다. 70여 명 되는 수강생에게 물어보니 종이신문을 본다는 학생은 1명도 없었다.

신문협회가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신문의 날 표어가 신문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표어는 '신문이 말하는 진실은 검색창보다 깊습니다'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또 다른 표어는 2014년의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이다. 신문의 가치를 강조하는 말이지만, 포털과 SNS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사들은 빠르게 디지털화하면서 신뢰받는 뉴스공급자가 되려고 애쓰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도 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신문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다. 신문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말이 있다. 2013년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던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이다. "종이신문은 언젠가 고급상품이 될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말은 누구나 사용하는 이동수단이었지만 요즘은 부자가 말을 소유하는 것처럼, 종이신문도 그럴 것이란 전망이다.

이야기를 지역신문으로 돌려보자. 지역 신문은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이 심해질수록 더 존재 가치가 있다. 지금은 지방의 위기를 넘어 지방 소멸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신문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다.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여론이다. 여론은 현실적으로 볼 때 중앙 언론을 통해 형성된다.

그런데 중앙언론은 수도권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혁신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례다. 대구·경북 혁신도시를 비롯한 각 지역의 혁신도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있던 공기업을 분산해 조성한 신도시다. 아직 정착되지 않아 썰렁하다. 이에 유령도시 운운하면서 실패한 사업으로 치부하는 게 중앙언론이다. 하지만 지역 언론들은 혁신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을 주문한다.

중앙 부처의 고위직이 지방으로 발령나면 중앙의 언론들은 좌천이라고 쓴다. 지방에는 능력없는 자들이 있는 곳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한 요구는 지역 이기주의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영남권 신공항 등 지역발전과 관련된 많은 사안에 대해 중앙 언론은 그렇게 다뤄왔다. 중앙 언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질 것 같다.

지역신문의 논조는 지역 이기주의로 폄훼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의 정당한 요구가 건전한 여론으로 형성되고, 이 여론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지역신문에 있다고 나는 본다. 내가 살고 있고, 나의 자식들이 살아갈 대구·경북을 위해 영남일보 같은 지역 신문이 가진 존재 가치다. 중앙지에 비해 어설프지만, 그래도 지역민이 지역신문에 애정을 가져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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