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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유승민 배신자론'의 진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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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5   |  발행일 2021-04-15 제22면   |  수정 2021-04-15 08:33
主君과 정책 철학 달리하며
쓴소리한 것 배신 아닌 소신
중도 확장력·경제 식견 강점
대구경북이 키워야 할 후보
'배신 도그마' 굴레 벗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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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멜빌의 1968년작 '그림자 군단'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나치 점령기의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이끌던 필립 제르비에(리노 벤추라)는 배신자의 밀고로 수용소에 수감된다. 하지만 필립은 탈출에 성공하고 마르세유에 있는 조직으로 돌아와 배신자를 처단한다. 전쟁이라는 밑그림이 깔렸지만 밀고·암살 등이 밀도 있게 전개되며 누아르 색채를 짙게 풍긴다. 배신이 플롯의 한 축이다.

국어사전은 배신(背信)을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배신의 정의(定義)는 흔히 왜곡된다. '유승민 배신자론'이 대표적이다. 유승민은 2015년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애지중지해온 '증세 없는 복지'란 화두를 정면으로 반박한 까닭이다. 유승민은 그전에도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주군의 의중(意中)을 곧이곧대로 받들지 않는 게 배신이라면 누군들 배신자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윗사람에 대한 고언(苦言)이 배신이라면 세상엔 '의로운 배신자'들이 득실거릴지 모른다. 유승민은 정책적 원칙과 정치 철학을 지켰을 뿐이다. 이게 배신이라고? 배신이 아니라 소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맞선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의의 사도가 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아집과 정책 노선에 각을 세운 유승민 여당 원내대표에겐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졌으니…. 불공평하다고 해야 하나, 생뚱맞다고 해야 하나.

정작 배신은 따로 있다.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은 '4류 정치'는 지방분권을 배신했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영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는 영남지역 주민에 대한 배신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취임사를 뭉개버린 문재인 정부의 행적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배신의 사전적 의미대로 유승민은 신의(信義)가 없는 인물인가. 그렇지 않다. 자기를 정치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권 사정권에서 멀어진 후에도 자주 찾아간 의리파다. 국회의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국방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상임위 활동을 한 것도 지역민과의 약속을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대구 동구가 지역구였던 유승민은 K2 공군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구경북통합공항 이전의 물꼬를 텄다.

유 전 의원은 '따뜻한 보수' '개혁 보수'다. 중도 확장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역대 주요 선거에서 중도의 표심을 잃은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없다. 4·7 보선 야당 승리의 동인(動因)도 중도층의 변심 아니었나. 유승민은 시장경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엔 거리를 둔다.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도 무상급식 수용, 부자 감세 철회 등 진보 색채의 공약을 제시했다.

경제 식견에 관한 한 야권 대선 후보군에선 독보적이다.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이력을 굳이 들출 이유가 없다. 국민이 알고 정치권이 인정하니까. 유 전 의원 스스로도 '경제 대통령'의 포부를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의 처절한 부동산 실패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이 정치인의 첫 번째 덕목임을 새삼 일깨운다. 어쩌면 국민은 이미 마음속에 '경제 대통령'을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유승민은 대구경북이 키워야 할 유력 대선주자다. 이제 '배신 도그마'에서 그를 놓아주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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