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30대 당대표의 정치실험

  • 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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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  발행일 2021-06-14 제25면   |  수정 2021-06-1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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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이준석은 1985년에 태어나 신체나이 36세다. 야당 대표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역사상 최연소 당대표에 당선되었다. 상대들은 중진 정치인들이었다. 표 차이는 상당했다. 국회 경험이 전무한 '0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받은 43.8%의 지지는 압도적 승리로 규정지어도 무방하다. 경선 초기까지만 해도 당원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라는 경선룰이 중진후보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봤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무엇이 이런 '이준석 돌풍'을 불게 했나? '이준석 돌풍'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준석 돌풍'이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야당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이준석 돌풍'의 진원지이며 따라서 돌풍의 본질은 '세대교체' 열망이 아니라 '정권교체' 열망이다. 야권 지지 국민들은 당 중진후보들이 '정권교체'의 필수 요건인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30대' '0선'의 정치인을 선택하는 '모험'을 했다. 즉 '새롭고' '매력적인' 국힘만이 잠재적 야권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할 수 있는 토대가 돼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준석 돌풍'의 본질은 이준석 자체에 있지 않다. 야권 지지 국민의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인 것이다. 즉 이준석은 스스로 당권을 거머쥔 것이 아니라 야권 지지자들에 의해 차선책으로 선택되어진 것이다.

30대 이준석 당대표의 과제는 막대하다. 그가 언급한 대로 최고 우선순위는 정권교체다. 그래서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그의 첫째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변화'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신체 나이의 변화는 달성했으나 국힘이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내용의 변화와 지지 세력의 확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당대표 수락연설은 내용적 '변화'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게 한다. 개개인의 특징들을 인정하는 '공존'의 정당상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수락 연설에서 당대표로서 자신의 '정당정치 철학'과 '구상'을 제시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본다면 30대 신임 대표로서 '참신하고 매력적인' 내용의 변화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단지 '당직 시험제' 도입 및 '토론 배틀식' 경쟁방식 도입 등 지엽적인 변화의 주장들만 경선 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30대 당대표 등장은 혁명적이지만 내용적 변화는 '평범한' 수준이다.

이 대표의 둘째 과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이다. '윤석열 없는' 국힘은 '팥소 없는 찐빵'이다. 정권교체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조기에 입당해 여러 후보와 당 경선에 참여, 국힘을 중심으로 부상시키길 원하겠지만 윤 전 총장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아마 윤 전 총장으로부터 경선룰과 시기 그리고 경선 이후 후보의 권한 등에 관한 요구가 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특정인물을 위해 경선 일정 변경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윤 전 총장 영입에 실패할 경우 당은 쉽게 균열할 것이고 30대 이 대표체제는 붕괴될 것이다.

경륜이 높은 유능한 정치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30대 이준석 대표 앞에 있다. '식상한' 당을 참신하게 변화시키고, 분열된 당을 단합시키고, 당밖의 유력 대선후보를 영입하고, 야권통합을 주체적으로 달성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 등은 참 어려운 과제다. 이를 36세의 이준석 대표가 해야 한다.
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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