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인플레 공포,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막 오르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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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  발행일 2021-06-14 제18면   |  수정 2021-06-1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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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급격히 확대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뿐 아니라 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통화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14일(현지시각) 열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만일 코로나19 이후 풀었던 돈줄을 줄이는 신호탄이 올려진다면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흐름이 바뀌는 만큼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출렁일지 주목되고 있다.

美 물가 상승률 13년 만에 최대
5월 소비자물가 전년동월比 5% 올라
증권전문가들 전망치 4.7% 훌쩍 넘겨
연준 이르면 8월 테이퍼링 가능성 속
FOMC 이번주 본격 논의 돌입 예상

韓銀 기준금리 조기인상 만지작
이주열 또 "통화정책 질서있게 정상화"
제로금리 금융방향타 전환 잇단 시사
전문가들 "美보다 먼저 인상 가능성
상황따라 올 하반기로 앞당겨질 수도"

◆테이퍼링이란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연준이 오는 8월 혹은 9월 채권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이퍼링은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정부의 국채나 여타 다양한 금융자산의 매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점차 축소하는 것을 뜻한다. 2013년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처음 언급한 용어로, 사전적 의미로는 '점점 가늘어지다'이다. 양적완화 정책 속에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긴축 방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준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통화 공급을 확대했다. 이 시기에 미국은 매달 850억달러 규모를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테이퍼링을 시작한 2013년 12월에는 750억달러, 2014년 1월 650억달러로 통화 공급량을 줄였다.

하지만 테이퍼링 정책으로 세계 시장에 나눠져 있던 자금이 미국으로 회수되면서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은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다.

◆미국 양적확대 축소론 급부상

또 다시 테이퍼링 도입 논의가 나오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확대 정책이 경기 활성화라는 성과와 함께 우려되는 인플레이션 신호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5%대를 기록했다. 근원 소비자 물가도 지난달보다 0.7%(4월 0.9%·예상 0.5%),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4월 3.0%·예상 3.5%) 상승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29년 만에, 전체 소비자물가는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4.7%를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물가도 급등세다.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9% 올랐다. 이 역시 2008년 9월(9.1%)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나 블룸버그통신의 전망치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국이 테이퍼링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은 8월 잭슨 홀 연설을 통해 테이퍼링을 예고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확인된 데다 고용시장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첫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7만6천건으로 전 주(38만5천건)보다 9천건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던 지난해 3월 둘째 주 25만6천건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다.

◆한은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준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 카드를 조기에 꺼내 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한국은행 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제로금리라는 금융 방향타를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에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기자들에게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인 만큼 경기 상황이나 금융안정 상황, 물가 상황을 봐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은 아닐 수 있다"면서 "낮은 수준에서 소폭 점진적으로 올려가는 것을 긴축 기조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속히 낮춘 것을 되돌리는 시간이 임박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다. 지역 은행 관계자는 "내 집 마련에 위한 '영끌' 대출, 주가 상승에 따른 '빚투' 투자 등으로 인해 가계 부채는 1천765조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라면서 "현재 금리 수준이 매우 낮아 기준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의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높아지면 시기는 올 하반기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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