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 KOGAS 농구단을 맞이하며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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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4   |  발행일 2021-06-24 제23면   |  수정 2021-06-2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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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편집국 부국장

'북패(北悖)'라는 비속어가 있다. '북쪽의 패륜'이란 뜻이다. 프로축구 K리그 서포터스 사이에서 회자된다. 오랜 세월 FC서울 프로축구단을 따라 다니는 꼬리표다. 과거 이 팀 전신인 안양 LG가 연고지를 버리고 북쪽인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데서 나온 말이다. 기업 이윤에 눈이 멀어 부모와도 같은 연고지를 초개처럼 버린 패륜자식이라고 했으니, 안양 팬의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구 프로스포츠사에도 쓰라린 '북패의 기억'이 있다. 주범은 오리온스 프로농구단. 대구 농구팬들은 아직도 '2011년 6월14일'을 잊지 않고 있다. 오리온스가 연고지인 대구를 버리고 경기도 고양으로 야반도주한 날이다. 오리온스가 끝모를 패배를 해도, 팬 서비스에 유난히 인색해도 대구 팬과 농구인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리온스는 그런 팬들에게 한마디 양해를 구하거나 상의도 없이 떠나버렸다. 오리온스는 그렇게 '패륜 팀'이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인 2021년 6월, 생각지도 않은 소식이 날아왔다. '대구 연고의 새로운 프로농구단 탄생'이다. 구단주는 대구에 본사를 둔 한국가스공사. 대구 농구 코트가 다시 달궈지고, 힘찬 응원가로 들썩이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과거 오리온스가 대구 농구팬에 입힌 마음의 상처도 금방 씻겨 내려갈 것 같은 기분이다. 반가운 마음에 팀명을 '대구 KOGAS(한국가스공사 )'라고 지어 봤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하지만 군걱정이 없지 않다. 대구 KOGAS가 과연 대구 농구판에 뼈를 묻을 각오가 돼 있는가다. 이 노파심은 '오리온스의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기자는 24년 전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출범 때 프로농구를 취재했다. "대구에 NBA급 농구 경기장을 선보이겠다." 당시 오리온스 구단이 대구에 처음 와 대구 기자들에게 공언한 얘기다. 공수표였다. 전용 홈구장은커녕 훈련장·숙소도 끝내 짓지 않았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홈 경기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로 돌아가기 바빴다. 비판 여론에 마지못해 문을 연 대구 사무소도 창고처럼 허접했다. 오리온스에게 '대구'는 그저 이름뿐인 홈에 불과했다.

대구 KOGAS에 당부한다. 오리온스의 실패를 거울 삼아라. 급선무는 지속가능한 비전 제시다. 이는 대구 연고 정착을 위한 중·장기 청사진 마련이다. 여기엔 홈구장·훈련장·클럽하우스 건립 로드맵을 꼭 담아야 한다. 향후 창단식에서 대구시민에게 진정성있게 공표해야 함은 물론이다. 당연한 주문이지만, 구단 사무국(지역 인재 채용)을 반드시 대구에 둬야 한다. 혹여 '서울 사무국-대구 사무소'로 운영할 요량이라면 접으라. 오리온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길이다. 대구시와 이견을 드러낸 홈구장 문제도 조속히 매듭 지어라. 시일은 촉박하지만 현실적 대안은 이미 나왔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2021~22시즌엔 아쉬운 대로 대구체육관을 적절히 보수해 쓰는 게 맞다. 그 일에 대구시와 함께 전심전력을 다해달라.

가스공사가 대구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7년째. 안타깝게도 지역 발전을 위한 공적 기여엔 유난히 인색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그 비판을 만회할 좋은 기회가 왔다. 이왕 대구에서 프로농구단 시작하는 것, 제대로 한 번 운영해 주길 바란다. 가스공사가 최근 농구단 인수 협약식에서 "대구시민과의 소통,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약속이 빈말이 아님을 '실천'으로 증명하라. 사족으로 뼈있는 난센스 퀴즈 하나. 훗날 오리온스가 대구에서 KOGAS에 패하는 것을 네 글자로 뭘까. 정답은 '정의 구현'.


이창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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