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젊은 정치를 기대한다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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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2   |  발행일 2021-07-12 제26면   |  수정 2021-07-12 07:12
한국 정치판 젊은리더 등장
어리고 정치 경험 부족해도
우려나 비판할 문제 아니야
순발력·상상력 더 큰힘 발휘
젊은층 희망 갖게 격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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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한국 정치판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후반의 나이에 제1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이에 맞서 청와대는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을 1급 비서관으로 뽑았고, 20대 중후반의 젊은이가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선발되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젊은 리더(Young Leader)'의 등장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젊은 리더'의 등장을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 유관순은 19세에 3·1만세운동을 주도하였으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나이는 31세였다. 김옥균은 33세 때 조선사회의 개혁을 위해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며, 사카모토 료마는 32세 때 막부체제를 종식하고 근대 일본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젊은 리더'들의 등장을 낯선 일로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젊은 정치 지도자의 등장은 현재 세계적인 현상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9세에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는 37세에 총리에 올랐다. OECD 36개국 중 15개국의 정상의 연령은 30~40대다.

젊은 지도자의 정치 경험 부족도 탓할 일만은 아니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의 '뷰카(VUCA) 시대'인 오늘날에는 경험보다는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순발력과 상상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젊은 지도자들은 기성 정치인과 다른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젊은 정치지도자들은 조직력과 자금이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전략으로 정치판을 새롭게 바꾼다.

한국 정치판에 젊은 뉴리더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기성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싫증과 함께 실업률, 집값 상승,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불확실성으로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전쟁 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인 1950~60년대생들은 국가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할 때 사회에 진출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서너 군데 회사에 합격해 직장을 고를 수도 있었으며, 대학 졸업 전부터 취직해 월급을 받기도 했다. 15년 정도 월급을 받으면서 열심히 살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40대는 IMF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힘듦을 겪었고, 20~30대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게 되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내 집 마련의 꿈도 접고 결혼도 포기한다. 자신의 삶도 제대로 건사하기 어려운 이 세대들은 엄청난 나랏빚을 떠안고 살아야 하며, 급속도로 증가하는 고령화 속에서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를 맞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대해 불안과 우려의 시선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으로 활개를 펼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젊은이와 젊은 지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남은 삶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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