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쉬엄쉬엄 공부하면 더 오래 기억

  •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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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9 07:52  |  수정 2021-08-09 08:50  |  발행일 2021-08-0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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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흔히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책상에 오래만 앉아있으면 공부를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부한다고 책상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책상을 떠나 딴짓을 하는 자녀들을 보면 속상하죠. 그런데 부모님들도 시험 전날 밤을 새며 몇 시간씩 꼼짝도 않고 책상에 앉아 공부해서 머릿속에 넣은 것들 중에 기억나는 것은 얼마나 되나요? 아마 대부분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뇌는 그렇게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입력하는 것보다 간헐적인 휴식을 취하면서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간격 효과(spacing effect)'라 부르는데, 우리 뇌의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뇌가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기억하려면 뇌 속 뉴런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후에 우리가 학습한 것들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은 뇌가 앞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뉴런 연결을 다시 활성시키는 과정입니다.

최근까지 이런 학습과 기억에 '간격 효과'가 어떤 기전으로 기여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2021년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Pieter M. Goltstein 박사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학습하는 동안 더 오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학습효과와 기억유지에 더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생쥐가 빠른 연속 학습을 하는 경우(우리가 밤을 새워 반복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과 같은 경우) 뇌는 새로운 뉴런을 계속 활성시키는 한편, 생쥐가 더 긴 휴식을 취할 경우(간격을 두고 쉬엄쉬엄 반복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과 같은 경우) 1차 학습 단계에서 활성화된 동일한 뉴런을 나중에 다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뉴런을 다시 활성화하게 되면 뇌가 각 학습 단계에서 이러한 뉴런 간의 연결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은 강화됩니다. 즉 '간격 효과'의 기전은 특정 학습에 대한 뉴런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기억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기억력 강화 효과는 '휴식'이 너무 짧아도 줄어들고 너무 길어도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즉 공부하면서 너무 짧게 쉬어도 안되지만 너무 오래 쉬어도 안된다는 것이죠. 이런 뇌의 신비를 활용하여 오늘부터 우리 자녀들을 적절히 쉬엄쉬엄 공부하도록 지도해보심 어떨까요? 당장 보이는 학습효과가 더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들은 조금 안타깝겠지만, 그렇게 쌓은 지식은 자녀들의 뇌에 훨씬 더 깊게 각인되어, 살아가며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그 지식을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간격 효과'는 단순히 자녀들에게만 적용되는 뇌의 신비는 아닙니다. 부모님들도 이런 '간격 효과'를 잘 활용한다면 오랫동안 중요한 것을 까먹는 일 없이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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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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