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시계 수리 달인 이준희씨 "스마트폰 시대 일반시계 수리는 줄고 명품시계 수리는 많아졌어요"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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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7   |  발행일 2021-09-29 제12면   |  수정 2021-09-2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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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교동시장 내 쥬얼리 골목 입구에 명품시계 수리 점을 운영하는 시계 수리 40년 경력의 이준희(62)씨.


"중국인 명품시계 반나절 만에 수리해 줬더니 1년 후 8개 가지고와 수리해 가"
"'장이'로서의 자부심...한 우물을 판 기능인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시계 수리 40년 경력의 시계 수리 달인 이준희(62)씨는 대구 중구 교동시장 내 주얼리 골목 입구에서 명품시계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주얼리 골목 터줏대감인 이씨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일반 시계 수리는 줄었고 명품시계 수리가 많아지고 있다"라고 세태변화를 알려줬다.

1970년대만 해도 시계는 부의 상징으로 손목시계 하나가 그 사람의 신분과 재력을 나타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시계에 대한 로망이 예전 같지 않다. 지금은 시계를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이씨가 시계 수리공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살 때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계 가게에서 어깨너머로 수리를 배웠지만, 손재간이 뛰어나 해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명품시계 수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이씨는 1987년 자신의 점포를 마련했다. 명품시계 수리 달인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손님이 많아져 행복하다는 이씨는 수리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이씨는 "요즘은 짝퉁이 정품과 거의 비슷해 수리할 때 부품이 안 맞아서 애를 먹는다. 정품이라도 보증기간이 끝난 후 시계를 고치러 오면 수리비가 많이 나오거나 단종되어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못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이씨는 시계 수리 기능사 자격증과 1998년 경상북도지방기능경기대회 은상, 제33회 전국기능경기대회(1998) 동상을 받았지만 이런 상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평생 닦아 온 실력을 중시한다. 몇 해 전 중국인 관광객이 여행 일정에 쫓기면서 명품시계를 맡겼는데 반나절 만에 수리해 줬다. 1년 후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8개의 시계를 수리해서 갔다고 이야기하며 이씨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명품시계를 맡기러 오는 외국인들에게도 수리비를 저렴하게 해줘 이듬해 여행길에 여러 개의 시계를 가지고 재방문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돈이나 명예보다 내 손을 통해 수리된 제품을 볼 때 '장이'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고장 난 시계를 고쳐 줄 뿐만 아니라 소중하게 여기는 고객들의 마음마저 흡족게 해 주는 한 우물을 판 기능인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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