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노벨상 수상자가 알려준 매운 맛의 비밀

  •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문제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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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1   |  발행일 2021-10-11 제13면   |  수정 2021-10-1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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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문제일·대학원장)

2021년 노벨상위원회는 우리가 내부와 외부 환경을 감지하고, 해석하고, 상호작용하는 우리 뇌 활동에 필수적인 감각신경계의 분자생물학적 원리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 San Francisco)의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아르뎀 파타푸티안 박사를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이 두 신경과학자들은 각각 온도와 촉각을 감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채널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신경계는 다양한 형태의 자극을 감지하기 위해 감각신경세포는 특화된 수용체를 갖고 있으며, 일단 수용체를 거친 자극은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됩니다. 따라서 감각신경계 연구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특정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의 정체를 밝히는 것과 이 수용체가 그 자극신호를 어떻게 전기신호로 전환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번 노벨상을 수상한 두 신경과학자들은 온도와 촉각을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가 TRP(transient receptor potential)이라는 이온채널이며, 이 채널이 활성화되면 신경세포로 칼슘이온이 들어와 활동전위를 만든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온도수용체를 찾은 줄리어스 교수가 원래 관심을 가진 연구주제는 온도 감각이 아니라 대구 사람들이 사랑하는 매운 맛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말하는 매운 맛은 실제 미각으로 느끼는 맛이 아니라 고추에 존재하는 캡사이신에 의해 촉발되는 타는 듯한 통증입니다. 줄리어스 교수는 캡사이신 수용체를 찾으면 매운 것을 먹으면 발생하는 통증 감각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찾는데 몰두하였습니다. 결국 캡사이신 수용체를 찾은 줄리어스 교수는 이 수용체가 캡사이신뿐만 아니라 온도에 대해서도 반응하는 것에 주목하였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이 수용체가 활성되는 온도가 사람들이 뜨겁다는 통증을 느끼는 온도인 40℃ 이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수용체 덕분에 우리는 우리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을 느끼는데, 만약 이를 못 느끼면 고열로 인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예로 코로나백신 접종 이후, 몸에 들어온 백신으로 면역반응이 일어나 몸에서 열이 나고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해열제를 복용해 열을 낮추고 통증을 완화하여 우리 몸을 보호합니다.

이후에도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 연구진은 차가운 온도를 느끼는 또 다른 TRP 채널을 발견하였고, 많은 연구진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온도에 반응하는 TRP 채널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린 이런 다양한 TRP 채널을 통해 냉탕과 온탕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1967년 시각연구 뇌과학자를 시작으로, 오감 중 네 가지 감각 뇌과학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제 미각연구 분야만 남았는데, 미식가가 많은 한국에서 미각의 신비를 해결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문제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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