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청소년의 세상 들여다보기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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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1   |  발행일 2021-10-11 제12면   |  수정 2021-10-11 10:37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좁은 문'의 저자 앙드레 지드는 "나는 언제나 활짝 핀 꽃보다는 약속에 찬 봉오리를, 소유보다는 희망을, 완성보다는 진보를, 분별있는 연령보다는 청소년 시절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청소년기가 있었고, 그 시기를 훌쩍 지나고 나면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매일 청소년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축복이기도 하다.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때로 매우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다. 학생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고군분투하곤 하지만 경력이 올라갈수록 학생들과의 심적 거리는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수업을 통한 대화는 이런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과 함께 '2021. 청소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청소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여 원고를 작성하고 말하기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청소년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보기 활동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청소년의 세계에 한 발 더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은 설렘을 갖게 만든다. 듣기·말하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성찰을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고, 생각이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청소년은 흰 티셔츠다. 왜냐하면 무언가에 의해 쉽게 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과자다. 과자마다 맛이 다 다르듯이 청소년도 성격, 특성, 취미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사계절이다. 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발산하는 것처럼 청소년기는 저마다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발산해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빛이다. 존재만으로 어두운 공간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땅이다. 땅이 여러 꽃을 피우듯이 다양한 '나'의 모습을 찾아 꽃피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그림자다. 청소년기의 모습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따라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지금을 걱정하기도 하고, 인정하기도 하고, 긍·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이어서 청소년이기에 좋은 것, 힘든 것, 중요한 것, 청소년만의 문화 등에 대해 선택한 후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청소년에 대해 일반적인 내용들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자신들의 고충을 이야기할 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청소년이어서 힘든 점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학생의 발표에 공감이 갔다. 학교에서 만나는 가장 중요한 관계는 선생님과 친구들이다. 그런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생이 쓴 '잘 보여야'라는 말은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가식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라 좀 더 조심하고 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였다.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데 힘든 점을 들으며 학생들이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삶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철저히 어른의 관점에서 청소년을 바라보았던 것이라는 반성이 되기도 했다.

구술형 수업과 평가를 통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활동을 설계했다. 듣기·말하기는 화자와 청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교사인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학생들의 삶을 조금 더 알아차리며 소통하는 것, 그것이 수업의 밑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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